
"올해 정말 후회 없이 준비 많이 했습니다. 2023시즌이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겨울 주위 사람들로부터 성형했냐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SSG 랜더스 내야수 최주환(35)이 확 달라진 모습으로 2023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1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열린 SSG 1군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최주환은 "요즘 야구가 정말 재미있다. 어릴 때 야구에 설레던 마음이 되살아났다"면서 "최근에 영화 슬램덩크를 재미있게 봤다. 주인공이 강백호가 아닌 송태섭이었는데 그 캐릭터처럼 마침 이마가 찢어져서 그런가,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동명의 농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슬램덩크가 많은 인기를 끌었다. 원작 속 주인공은 파워포워드 강백호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포인트가드 송태섭이 주인공이었다. 경기에서 볼 배급을 주로 담당하는 포지션으로 키는 작지만, 빠른 발로 상대 진영을 휘젓는 역동적인 플레이가 강점이다.
그런 송태섭의 모습에서 KBO리그 15시즌 동안 통산 14도루의 최주환이 선뜻 연상하긴 어렵다. 하지만 '송태섭처럼 되고 싶다'고 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SSG의 한국시리즈 우승 후 만난 최주환은 오랜만에 본 사람들은 몰라볼 정도로 홀쭉해졌다. 최주환은 "이번 오프시즌에 7㎏를 뺐는데 그중 체지방이 6㎏ 넘게 빠졌다. 감량했던 2020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노폐물부터 빠진 느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자신에게 꼭 필요했던 운동을 시작한 것이 컸다. 최주환은 "지난해 7월, 성적이 바닥을 쳤을 때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2020년 이적 후 운동을 나태하게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내가 '어떤 운동을 했을 때 가장 좋았을까'를 고민했고 FA 당시 PT를 맡아줬던 은사님이 마침 일을 그만두셔서 못 하게 된 것이 생각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옆구리 부상이 있었던 2019년을 제외하면 그 PT를 했던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성적이 좋았었다. 그때는 순발력도 좋았고 배트 스피드도 빨랐다. 그렇다고 그 이후 PT를 새롭게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닌데 놓친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을 먹었고 뛰는 것부터 다시 배웠다.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최주환은 "육상 전문 트레이너 출신이 일대일로 PT해주는 곳은 찾기 어려운데 집 근처에 있었다. 타이밍도 잘 맞았던 것이 지난해 7월에 생긴 곳이었다"면서 "SSG 축승회(11월 10일)가 끝나고 5일 만에 바로 새로운 곳에서도 PT를 받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너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아무리 운동선수라 해도 PT를 두 군데서 진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오프시즌 새롭게 추가한 훈련만 영상으로 100개가 넘는다. 힘든 만큼 소득은 확실했다. 잦은 하체 부상에 대한 실마리를 찾은 것은 덤이었다.
최주환은 "이번에 운동하면서 육상의 김국영(32·광주광역시청) 선수와 친분이 생겼는데 내가 뛰는 것을 보더니 PT 트레이너와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지금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순간적인 힘은 분명히 있는데 그동안 뛸 때 지면을 활용하지 못해 '힘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발목 힘이 많이 약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 부분들을 신경 써서 보강했고 지금은 탄력이 엄청 좋아졌다. 스피드는 아직 100% 뛰지 않았지만, 벌써 코치님들이 베이스 러닝부터 다르다고 해주신다. 은퇴할 때까지 이 운동은 오프시즌에 기본적으로 깔고 진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손지환(45) SSG 1군 수비코치는 "최고의 몸상태"라 극찬했고, 김민재(50) 주루·작전 코치는 "(최)주환이가 정말 마음먹고 준비해왔다. 수비할 때 움직임 자체가 달라졌다"면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2020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42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한 이후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최주환은 이 부분을 회피하지 않았고 성적으로 입증할 수 있길 바랐다. 2023시즌 말미에는 슬램덩크 속 명대사를 스스로 언급할 수 있길 바랐다.
최주환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모드였다면 지금은 새롭게 다시 태어난 느낌이다. 올해 내가 목표한 것을 제대로 해내고 나면 '난 포기를 모르는 남자'라는 슬램덩크 속 정대만의 명대사를 꼭 말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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