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냥 장난꾸러기 같던 김태훈(33·SSG 랜더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쫙 빠졌다. 확 달라진 모습에 김원형(51) SSG 감독도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었다.
김태훈은 1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열리고 있는 SSG 1차 스프링캠프에서 "최근 3년간 계속 못했다. 그래서 웃음기를 없앴다. 야구장에서만큼은 진지하게 하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SSG 팀 내 분위기를 띄웠던 김태훈이었지만, 부진이 길어지자 점점 아쉬운 소리도 나왔다. 지난해는 급기야 1군에서 9경기 출장, 5⅓이닝 소화에 그치면서 선수 생활에도 비상이 걸렸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김태훈은 "지난해는 팔이 좀 좋지 않았다. (특별히) 통증이 있어서 팔이 안 좋은 것이 아니라 던지면 회복이 잘 안 됐다. 피로가 누적되는 느낌으로 던지면 던질수록 안 좋아졌다. 지난해 8월에 아이가 태어났는데 아들을 보면서 많이 힘을 냈다. 지금은 몸 상태가 많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SSG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지난달 국군체육부대(상무)로 입대한 좌완 필승조 김택형(27)의 공백을 메우는 일이다. 고효준(40), 정성곤(27), 한두솔(26) 등이 차기 필승조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김태훈은 김택형이 입대하기 전 콕 집어 언급한 대체 1순위였다. 지난해 팬 페스티벌에서 만난 김택형은 "개인적으로는 (김)태훈이 형이 메워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옆에서 봐도 태훈이 형이 정말 열심이다. 속으로 '이 형 정말 칼 갈았구나'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김태훈은 SSG 랜더스필드 지박령 수준이었다. 12월 내내 거의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고, 1월에는 기술 훈련을 위해 일본 가고시마에 윤태현(20), 최준우(24)와 함께 미니 캠프를 차렸다. 훈련에 올인한 그의 모습에 "독기를 제대로 품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하지만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김태훈은 "매년 캠프 시작 전에는 독기를 품는다"고 머쓱해하면서 "(김)택형이가 있고 없고를 떠나 내가 1군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연습 경기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개막 엔트리에 들고 필승조에도 들어갈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올해는 내 자리를 다시 찾는 것이 목표"라고 반등 선언을 했다.
만약 김태훈이 자리를 잡는다면 SSG는 걱정이 사라진다. 김택형에 앞서 SSG의 불펜진의 핵심이었던 선수가 김태훈이다. 2018년 우승 당시 핵심 좌완 필승조로서 61경기 9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3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4경기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1.17로 철벽의 모습을 보이며 우승의 주역이 됐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원형 감독은 "저 모습이 언제까지 갈진 모르겠는데...."라고 농담하면서도 "장난기 많던 (김)태훈이 눈빛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은 엄청 진중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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