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만에 재회한 사령탑이 칭찬을 늘어놓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연경(35·인천 흥국생명)은 자신이 왜 여전히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지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한국배구연맹(KOVO)는 24일 "김연경과 허수봉(천안 현대캐피탈)이 도드람 2022~2023 V리그 5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기자단 투표에서 31표 중 25표, 득표율 80.6%로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대전 KGC인삼공사·6표)를 제치고 5라운드 으뜸별로 등극했다. 1라운드, 3라운드에 이어 올 시즌에만 벌써 3번째 수상.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던 2년 전을 떠올리게 하는 행보다.
5라운드 흥국생명은 흔들리는 수원 현대건설을 제치고 드디어 선두로 올라섰다. 올 시즌 권순찬 전 감독의 경질과 이영수 감독 대행의 연이은 이탈 등으로 혼란에 빠졌던 흥국생명이지만 코트 안팎에서 동분서주하는 김연경이 있어 가능한 결과였다.
김연경은 5라운드 공격 성공률 47.54%로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올 시즌 3번째, 개인 통산 5번째 라운드 MVP 영예를 안았다. 123득점으로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국내 선수 중에선 가장 많은 득점으로 팀에 힘을 보탰고 오픈공격과 시간차공격, 퀵오픈에서도 나란히 3위에 오르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팀에 5승(1패)을 안겼다.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23승 7패, 승점 69로 현대건설(승점 62)과 격차를 날로 벌려가고 있다. 이제 남은 건 6라운드 단 6경기. 매 경기 매직넘버를 세기 시작할 흥국생명이다. 김연경은 23일 김천 한국도로공사전 승리 후 "공교롭게 현대건설과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데, 그 전에 (최종 우승 여부가) 확정하면 좋지 않겠냐고 다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흥국생명과 김연경에겐 긍정적 전망이 따른다. 50일 가까이 감독 없이 시즌을 이어온 흥국생명은 23일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체제로 첫 경기를 치렀다. 합류 후 사흘 만에 경기를 치렀으나 흥국생명은 그가 강조한 서브와 블로킹, 수비 세 부분에서 모두 짜임새 있는 경기를 펼치며 김천 한국도로공사를 셧아웃시켰다.
과거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김연경과 영광의 순간을 경험했던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 전부터 "김연경은 세계 최고의 선수"라며 "페네르바체에서 경기력 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에서도 훌륭함을 보여줬고 여기서도 마찬가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페네르바체 시절 혹사 논란이 일었을 정도로 김연경에 대한 신뢰가 가득하다. 이날 경기에선 아본단자 감독의 비공식 통역사로 변신하며 선수들에게 그의 생각을 전달하는 역할도 맡았다. 서브에이스 2개 포함 18득점으로 이날 경기에서 가장 빛난 선수 또한 김연경이었다. 단 한 경기였지만 아본단자 감독이 김연경 활용법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김연경 자신에게도, 팬들에게도 더욱 관심이 커지는 잔여 시즌이다. 김연경은 앞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후엔 "은퇴 얘기가 너무 많이 나왔다. 그 얘긴 안했으면 좋겠다"며 "감독님이 오셔서 올 시즌 잘 마무리하는 것에대해 얘기하고 있다. 우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이 은퇴 의사를 접었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어쩌면 남은 6경기와 봄 배구가 김연경 커리어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에 더욱 큰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남자부에서는 기자단 투표 31표 중 24표를 차지한 허수봉이 3표를 얻은 2위 안드레스 비예나(의정부 KB손해보험)를 제치고 MVP에 올랐다. 데뷔 첫 영광. 5라운드 공격성공률 57.96%로 부문 1위, 113득점, 세트당 평균 0.43개의 서브 득점으로 국내 선수 가운데 최상위에 이름을 올리며 현대캐피탈에 5승을 안긴 공로를 인정받았다.
5라운드 MVP 시상도 진행된다. 남자부는 이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서울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의 경기에서, 여자부는 오는 26일 같은 곳에서 열리는 서울 GS칼텍스와 흥국생명전에서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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