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새로운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30·한화 이글스)가 타석에 섰다. 첫 타석에 삼진으로 물러난 윌리엄스의 두 번째 타석. 뜬공 타구에도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총액 90만 달러(11억 7800만 원)에 영입한 브라이언 오그레디가 2개월 동안 22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0.125로 최악의 성적을 낸 뒤 짐을 쌌던 터다. 타구를 제대로 맞히지도 못했던 외국인 타자를 보던 한화 팬들의 눈높이는 이미 많이 낮아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희망을 찾았다.
윌리엄스는 27일 KT전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성적은 3타수 무안타였으나 경기 후 이례적으로 사령탑의 호평을 자아냈다. 한 차례 호수비를 펼쳤고 공격에선 몸에 맞는 공으로 KBOP리그 첫 타점까지 기록했기 때문이다.
28일 경기 전 만난 최원호 감독은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우리나라 타자들도 몇 년째 상대하고 있는데 잘 치는 타자가 많지 않다"며 "두 번째 타석에서 (그 공을) 노려서 컨택트 하는걸 봐서는 우려했던 삼진 수 등에 비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설레발을 치는 것은 아니지만 오그레디에게 너무도 큰 실망을 했던 터라 자그마한 것에서도 희망을 찾게 되는 게 한화의 현실이었다. 근거 없는 희망은 아니다. 최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900타석 이상, 트리플A에서 1000타석 이상 수준 있는 투수들을 경험한 건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윌리엄스는 자신을 향해 쏟아진 관중들의 응원에 감동했다. "우선 굉장히 흥분되고 기뻤다"며 "팬분들의 함성 소리라든지 구장 내 분위기라든지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났다"고 말했다.
이날도 4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윌리엄스는 곧바로 결과를 냈다. 최 감독의 기대가 괜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했다. 2회말 첫 타석에서 웨스 벤자민의 시속 146㎞ 몸 쪽 속구를 기술적으로 밀어때려 좌익선상 2루타를 만들어냈다. KBO리그 첫 안타를 장타로 장식했다.
주루플레이도 빛났다. 3루로 빠르게 뻗은 타구가 황재균의 글러브에 맞고 속도가 느려졌고 그 틈을 타 지체 없이 2루로 파고들었다. 김태연의 중전 안타 때 득점까지 성공했다.
4회 2루수 땅볼로 물러난 윌리엄스는 채은성의 투런 홈런으로 4-4 동점이 된 5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타석에 들어서 우익수 방면 2루타를 때려냈다. 이번엔 137㎞ 슬라이더를 공략해 때려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확실한 장타 능력도 확인할 수 있는 타구였다.
개막 후 외국인 타자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던 한화가 새로운 무기 하나를 추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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