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상에서 돌아온 지 3경기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몸을 사리지 않는 저돌적 플레이를 선보인다. 부산 KCC의 최준용(29)이 최고의 경기력으로 홈팬 앞에서 제대로 신고식을 치렀다.
KCC는 17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2라운드 고양 소노와 홈 경기에서 78-69로 승리했다. 이로써 최근 4연패에 빠졌던 KCC는 오랜만에 만난 부산 팬 앞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승리의 주역은 그야말로 최준용이었다. 이날 그는 스타팅으로 나와 33분40초를 뛰면서 30득점 12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시즌 첫 더블더블을 달성했다. 1쿼터를 무득점으로 시작했지만 이후로는 거침없이 달리면서 상대를 뒤흔들었다.
2021~22시즌 MVP 수상 후 지난 시즌 부상으로 주춤했던 최준용은 올 시즌을 앞두고 KCC와 계약기간 5년, 보수총액 6억 원의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으며 '에어컨 리그'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10월 열린 KBL 컵대회에서 부상을 당하며 시즌 출발이 늦어졌다. 그가 없는 KCC는 라건아, 이승현, 허웅 등이 포진해 '슈퍼팀'이라는 시즌 전 기대보다 다소 주춤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이후 지난 12일 고양 소노와 원정경기에서 22득점 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날 역시 활약은 이어졌다. 오히려 앞선 2경기보다 더 좋았다. 1쿼터에서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던 최준용은 2쿼터 들어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공격을 퍼부으며 16득점을 기록했다. 덩크는 물론이고 볼 경합 과정에서 카메라맨과 충돌하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이후로도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연패 탈출의 1등 공신이 됐다.
경기 후 전창진 KCC 감독은 "경기 임하는 자세가 조금 더 진지하고,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게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부상 안고 쉬다가 3경기 했는데, 뛰어준 것만 해도 고맙다. 오늘 많은 시간 뛰었는데 연패를 끊으려고 노력한 건 잘했다"고 칭찬했다.
최준용은 "(복귀 후 몸 상태는) 보다시피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트 나갈 때 이승현, 라건아, 허웅, 정창영 등 선수 보면 마냥 기분 좋더라. 요즘 마냥 재밌다. 그런데 나만 재밌어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고 밝혔다. 그는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팀 분위기가 칙칙한데 밝게 만들고 싶다"는 말도 이어갔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최준용은 "나도 힘들다. 맨날 미친 척 코트 나가서 소리 지르고, 나도 안되는데 밝아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항상 코트 나갈 때 마인드컨트롤한다. 내가 밝아야 다른 선수도 밝아진다. 초심 안 잃으려고 한다"며 "내가 기분 안 좋다고 어두워지면 더 안 좋다. 이기든 지든 밖에서 싸움 나든 선수들에게 좋은 에너지 주고 싶다"고 밝혔다.
최준용은 동료선수 기살리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이승현을 향해서는 "본인은 주축선수가 아니라고 하는데 주축 맞다. 승현이 형이 살아야 KCC가 진짜 슈퍼 팀이 된다고 생각한다. 농구에 관해서 말해줄 게 없다"고 했다. 이날 함께 활약한 라건아에 대해서는 "라건아는 라건아더라. 너무 편하고 같이 뛰는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고 했고, 최근 다소 주춤한 알리제 존슨을 옹호하며 "그쪽으로 수비가 몰리면서 난 내 수비자만 상대하면 된다"고 말했다.
과감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 최준용답게 이날도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KBL MVP도 받고 우승도 하는 걸 꿈꾸며 살아왔다. 내 자신에게 계속 채찍질하며 노력했다"고 말하며 "국가대표 시합 나가거나 국내 선수들의 해외 도전 가능성을 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대표만 나가면 성적이 안 좋고, 나도 외국선수와 하면 느끼는 게 많았다. 유럽 등 해외 팀을 넘어서려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된다"고도 말했다. "아직 너무나도 부족하다"고 단언한 그는 "3점슛 확률도 좋아져야 하고 드리블도 좋아져야 하고 나보다 큰 사람이 막아도 잘해야 하는 걸 연습해야 한다"며 "그런 생각만 해도 농구가 너무 재밌다. 더 나아갈 길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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