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32)과 '코치' 차두리(44)에게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은 아주 특별하다. 아시안컵에서만 어느새 네 번째로 정상 도전에 나서기 때문이다. '3전4기'의 우승 도전이다.
한국 축구는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아시아 최상급 국가대항전인 아시안컵 정상에 올라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서 위상을 재확인하기 위해 몇 차례나 도전에 나섰지만, 60년 넘게 고비를 넘지 못하고 챔피언 자리에 다시 오르지 못했다. 1956, 1960년 제1, 2회 아시안컵에서 2연속 우승한 후 단 한 차례도 정상 탈환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각각 네 차례씩 준우승(1972, 1980, 1988, 2015년)과 3위(1964, 2000, 2007, 2011년)를 차지하며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시안컵은 한국 축구의 아픈 손가락이 된 지 오래다. 이번에 64년 만의 우승에 재도전한다.
손흥민과 차두리에게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통한의 목표는 더욱 뼈저리게 다가온다. 손흥민은 2011년 카타르 대회부터 13년을 지나 다시 카타르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까지 네 차례 연속으로 아시안컵 무대에 출전했다. 아시안컵 4회 참가는 골키퍼 김용대(2000, 2004, 2007, 2011년)와 함께 최다 기록이다.
손흥민은 앞선 세 차례 대회에서 12경기를 뛰었다.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모두 출전해 5경기를 더하면 이영표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역대 한국 선수 아시안컵 최다 경기 출전(16경기)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다.
차두리 코치는 2004년 중국 대회 때 첫 출전해 8강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 2011년 카타르와 2015년 호주 대회까지 세 차례 선수로 출전했다. 총 15경기에 나서 이동국 이운재와 함께 한국 선수 아시안컵 최다 출전 공동 2위에 올랐고, 이번 대회에는 코치로 참가했다. 그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때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으로 세계 축구의 흐름을 직접 관찰했고, 지난해 초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에는 어드바이저로 그 옆을 지키다가 지난해 9월 코치로 역할을 바꿔 클린스만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그는 선수로는 마지막으로 참가했던 2015년 대회 때 개최국 호주와 결승에서 한국 선수 역대 최고령 아시안컵 출전(34세 190일) 기록을 남겼다. 특히 당시 호주 대회는 차두리 코치의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은퇴 무대였는데, 우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려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연장 혈투 끝에 1-2로 져 준우승의 아쉬움을 남겼다. 코치로 나서는 이번 대회에서 '3전 4기'의 우승에 대한 갈망이 더 큰 이유다.
손흥민은 조광래 감독(현 대구FC 대표이사)이 이끌던 2011년 카타르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막내로 아시안컵에 처음 참가해 차두리 박지성 이영표 구자철 기성용 이청용 등 베테랑 선배들의 뒤를 받치며 교체 멤버로 뛰었다. 손흥민은 인도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 하프타임 때 기성용 대신 교체 투입돼 A매치 데뷔골을 신고했다. 한국 선수 역대 아시안컵 최연소 득점 기록(18세 194일)이었다. 이 부문 2위는 1980년 쿠웨이트 대회 때 말레이시아전에서 최순호(18세 249일), 3위는 1972년 태국 대회 때 태국전에서 차범근(18세353일)이다.
한국은 일본과 준결승에서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하고 0-3으로 졌다. 3-4위 결정전에서 구자철의 선제골과 지동원의 멀티골에 힘입어 우즈베키스탄을 3-2로 물리치고 3위를 차지했다. 당시 차두리 코치는 선발 주축 선수였다.
손흥민은 울리히 슈틸리케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던 2015년 호주 대회에서는 주전 선수로 도약해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은퇴 무대에 나선 차두리는 대표팀 최선참으로 여전히 수비 라인에 힘을 보탰다. 한국은 오만, 쿠웨이트, 호주를 모두 1-0으로 꺾고 3전 전승으로 조별리그를 마친 뒤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손흥민의 연장 멀티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차두리 코치는 당시 70m를 질주해 손흥민의 쐐기골을 도와 아시안컵 최고령 도움 기록도 갖고 있다.
이어 한국은 이라크와 준결승에서 이정협 김영권의 골을 묶어 2-0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서 개최국 호주를 다시 만났다. 손흥민은 0-1로 끌려가던 결승전 후반 추가 시간에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그러나 연장 전반 15분 통한의 골을 내주고 1-2로 패해 끝내 준우승에 머물렀다. 손흥민은 경기 뒤 한동안 아쉬움의 눈물을 쏟아냈다.
한국 축구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하던 201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회에 절치부심의 각오로 다시 나서 조별리그에서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을 각각 1-0으로 꺾은 데 이어 중국을 2-0으로 물리치고 3전 전승을 거두었다. 바레인과 16강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고전 끝에 김진수의 연장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힘겹게 승리했지만, 카타르와 8강전에서 0-1로 패해 3개 대회 연속 4강 진출의 기록마저 이어가지 못한 채 짐을 싸야했다. 손흥민은 골사냥에 실패한 채 팀의 패배를 바라봐야했다. 카타르는 대회 첫 우승까지 일궈냈다.
우승에 목마른 손흥민에게 이번 대회는 마지막 아시안컵 무대가 될 수도 있다. 그는 1992년생으로 다음 2027년 사우디아라비아 대회 때는 30대 중반을 넘어가는 나이로 접어든다. 국가대표 발탁을 확신할 수 없는 나잇대가 된다.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대회 우승컵이 더욱 간절하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황희찬(울버햄튼) 김지수(브렌트포드, 이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프랑스 리그1),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재성(마인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이상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 5대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포함해 역대 최강의 선수단으로 구성됐다. 어느 때보다 우승권에 근접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손흥민과 차두리 코치가 '3전4기'의 아시안컵 우승 숙원을 풀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한국은 지난 15일 바레인과 조별리그 E조 첫 경기에서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세르비아)의 선제골과 이강인의 멀티골을 앞세워 3-1로 승리하며 우승을 향한 힘찬 첫 발을 내디뎠다. 조별리그 2차전은 20일 오후 8시 30분 열리는 요르단과 대결이다. 요르단도 첫 경기에서 말레이시아를 4-0으로 완파하고 기분좋은 첫 승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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