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프로농구(WKBL)의 아시아쿼터 제도가 도입 2년 차에 접어들었다. 각 구단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그만큼 국내 선수들의 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지난 6일, 일본 도쿄 올림픽기념청소년센터 3층에서 열린 '2025~2026 WKBL 아시아쿼터선수 드래프트'에서 총 10명의 선수가 지명됐다.
지난 시즌 부산 BNK 썸의 우승 주역이었던 이이지마 사키(33)가 부천 하나은행에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은 데 이어, 스나가와 나츠키(우리은행→BNK)와 히라노 미츠키(삼성생명→신한은행)는 2년 연속 WKBL 무대를 밟게 됐다.
여기에 185cm의 장신 센터 미마 루이가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로 가게 됐고, 일본 국가대표 출신의 세키 나나미(우리은행, 가드)와 가와무라 미유키(삼성생명, 센터)도 한국에서 뛰게 됐다. 2라운드 지명을 포기한 KB스타즈와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2팀은 2명을 모두 지명했다.
지난 시즌 처음 도입된 아시아쿼터는 각 팀의 확실한 전력보강이 됐다. 2023~24시즌 최하위였던 BNK가 정규리그 2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데는 박혜진과 김소니아 영입뿐만 아니라 사키가 수비에서 탄탄하게 받쳐준 것도 있었다. 박지수가 튀르키예 리그로 갔던 KB스타즈 역시 초대 아시아쿼터상 수상자 나가타 모에의 활약 속에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다만 아시아쿼터가 영입되면서 각 팀은 국내 선수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정해진 예산 속에 구단을 운영하려면 아시아쿼터 자리를 비워둬야 했기 때문이다. 매년 신인 선수가 들어오기 때문에 2명은 나갈 수밖에 없지만, 올해는 어린 가드들이 많이 나왔다. 시즌 종료 직후 은퇴를 결정한 케이티 티머맨(전 신한은행)을 제외하더라도 김유선(전 하나은행), 김수인(전 삼성생명), 이혜주(전 KB스타즈) 등이 팀을 떠났다.
나가타 모에나 타니무라 리카(전 신한은행) 등 포워드 자원도 활약했으나, 결국 일본에서 오는 가드 자원에 토종 선수들이 타격을 입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웬만한 (일본인) 가드들도 우리 선수들만 하거나 더 좋은 선수도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올 시즌부터 3쿼터에 아시아쿼터 2명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 팀들은 2명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
A팀의 경우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를 방출하면서 타 팀에 이적 문의를 했다고 한다. 예년에는 이런 선수들에 대한 타 팀의 수요도 있었으나, 올해는 받아줄 팀이 없어 그대로 팀을 나갔다. 실업팀 역시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입단할 정도의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이제 실업팀과도 연습경기가 (대등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물론 아시아쿼터로 토종 가드가 전멸할 일은 없다. BNK의 경우 사키가 포워드 수비까지 보면서 안혜지나 이소희의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았고, 안혜지는 챔피언결정전 MVP에 올랐다. 허예은(KB스타즈)은 여전히 리그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활약했다. 하지만 칼바람이 현실이 되면서 실력을 키우지 않으면 토종 가드는 위기에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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