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 천만 관중에 성공한 KBO리그의 비결, 2025 KBO 올스타전에서 엿볼 수 있었다.
나눔 올스타(LG, NC, 키움, KIA, 한화)는 1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올스타전에서 드림 올스타(SSG, 두산, 롯데, KT, 삼성)를 8-6으로 제압했다.
이날 대전은 한때 최고 34도까지 기온이 치솟았지만, 1만 6850명의 만원 관중이 모여 4년 연속 올스타전 매진에 성공했다. 경기 시작 5시간 전부터 경기장에 가득 찬 만원관중을 위해 KBO와 선수들은 풍부한 볼거리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그 중 하나가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을 찾은 2세들의 특별한 퍼포먼스였다. 시작은 LG 트윈스 안방마님 박동원과 박채이 양이 끊었다. 별명인 참치에서 따온 참치캔 모형을 머리에 쓴 박동원은 참치 인형을 머리에 두른 딸과 함께 타석에 등장했다. 전광판에 잡힌 채이 양은 관중들에게 하트를 날려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뒤이어 LG 캡틴 박해민 역시 아들 박이든 군과 함께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나섰다. 뛰어난 수비 범위와 슈퍼 캐치로 스파이더맨이란 별명이 있는 박해민은 야구를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나섰다. 이든 군은 현재 부상 중인 LG 홍창기와 오스틴 딘의 쾌유를 기원하는 스케치북 세리머니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2회초에는 삼성 라이온즈 다둥이 아빠들의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류이현, 류이든, 류이엘 세 아이의 아빠인 류지혁은 사자 분장을 한 채 막내딸 이엘 양을 번쩍 든 채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영화 라이언 킹의 심바 퍼포먼스로, 소속팀 삼성의 마스코트가 사자인 것을 활용한 세리머니였다.
뒤이어 마찬가지로 강하이, 강이한, 강이준 세 남매의 아빠인 강민호도 등장했는데, 막내 이준 군은 '동생이 갖고 싶다'는 메시지가 담긴 스케치북을 꺼내 들어 웃음을 자아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눔 올스타의 박찬호(KIA)와 이도윤(한화)도 아이들과 함께하며 맞불을 놓았다. 박찬호는 '때때'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장녀 박새얀 양과 인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시리즈의 로미 공주-하츄핑으로 분장해 나타났다. 새얀 양은 아빠 박찬호 대신 강민호에게 안기면서 팬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워낙 동안이라 팬들을 깜짝 놀래키는 이도윤(29)은 아들 이동연 군을 안고 나타나, 자신이 올해 서른 살에 아이도 둘이 있는 11년 차 선수임을 재차 어필했다. 아버지 못지않게 앳된 외모의 동연 군은 팬들로 하여금 아빠 미소를 짓게 했다.
이처럼 아이들과 함께 등장한 선수들의 모습은 이날 가족 단위로 야구장을 찾은 팬들의 풍경과 닮아 있었다. 수십 년 전 거친 팬 문화로 어린아이들과 함께 놀러 가기에 위험하다는 인식도 있던 야구장이었으나, 이젠 어린아이들도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선수들 역시 어린아이들도 찾아올 수 있는 공간임을 인지하고 언행과 태도를 조심하는 것은 물론 팬서비스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팬들을 다시 찾게 하는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
한 KBO 구단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확실히 구단 유튜브 출연이나 팬서비스에 대한 태도가 과거와 다르다. 과거에는 선수도 구단도 유튜브 출연에 부정적일 때가 많았으나, 이제는 선수들도 팬들과 소통하고 자신을 알리는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올스타전은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이날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으로 LG 구단 역사상 3번째 올스타 MVP에 선정된 박동원은 "채이 덕분에 정말 많이 알아봐 주신다. 채이랑 놀러 가면 따뜻한 말을 많이 해주신다. 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건 LG와 KBO 팬분들이 잘해주신 덕분이다. 정말 팬들께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또한 아이들이 야구에 관심을 가지고 선수로서 꿈을 키우는 장이 되기도 한다. 이날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등장한 박해민-박이든 부자가 그러했다. 이틀간 열린 올스타전에서 박해민이 아들 이든 군에게 공을 던져주고 이든 군이 방망이로 적극적으로 치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성장해 부자 선수로서 꿈을 이룬 '적토마' 이병규 LG 퓨처스 감독과 '적토 망아지' SSG 랜더스 외야수 이승민 같은 케이스도 있다. 전날(11일) KBO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이병규 LG 퓨처스 감독과 이승민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볼 뽀뽀를 했던 모습을 재현하며 힘찬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박해민은 "아들이랑 올스타전을 함께해 더 좋다. 아들이 워낙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확고해서 말릴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이든이가 투수를 했으면 좋겠는데 치는 걸 좋아한다. 지금도 계속 야구하고 싶다고 해서 본인 의사를 존중해 주려 한다. 이든이 몸을 보면 나랑 비슷할 것 같은데 나와 조금은 다른 스타일의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이든이가 야구를 계속한다면 어제(11일) 이병규 선배님 부자 같은 장면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지난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돌파했던 KBO는 올해 1200만 페이스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일에는 KBO 역대 최초로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7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역대 최소 경기, 최소 일수 700만 관중 기록도 경신한 것으로 405경기 만이었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487경기로, 올해는 6월 17일 600만 관중을 달성한 후 15일만, 55경기 만에 700만 관중을 달성하며 놀라운 야구 열기를 체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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