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역사상 없었던 100패 팀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키움 히어로즈가 결국 칼을 빼들었다.
키움은 14일 "홍원기(52) 감독, 고형욱(54) 단장, 김창현(40) 수석코치에 보직 해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위재민 대표이사가 14일 홍 감독과 고 단장에게 그간의 노고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구단의 결정 사항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올 시즌 91경기 27승 61패 3무, 승률 0.307. 현재 페이스대로면 98패 페이스다. 확실히 분위기를 전환하지 못한다면 프로야구 역사상 없었던 100패 팀 오명을 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반기를 마친 키움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결단을 내렸다. 홍원기 감독의 계약 기간은 올 시즌까지지만 어차피 시즌 중 작별을 고할 것이라면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인 지금이 가장 적절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홍 감독의 빈자리는 설종진(52) 퓨처스팀 감독이 대행 체제로 이끈다. 당분간 수석코치 자리는 공석으로 유지된다. 현대 유니콘스에서 선수 생활을 한 그는 히어로즈에서 매니저, 운영팀장을 거쳐 퓨처스 감독까지 이끈 인물이다. 진작부터 감독으로 물망에 올랐던 터였기에 놀라운 인사는 아니다. 1군과 퓨처스팀 코칭스태프에도 변화를 줬다.
단장 자리에는 허승필 운영팀장이 내부 승격했다. 허 신임 단장은 2011년 한화 이글스에 입사해 운영팀 국제 업무 경험을 쌓은 후 2016년 키움 히어로즈에 합류했다. 이후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파트너십 체결 주도, MLB 포스팅 관련 업무,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등 국제 파트 전반을 책임졌다. 2022년부터는 운영팀장으로서 선수단 관리 및 운영 업무를 총괄해왔다.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고 올 시즌엔 KBO 역사에 남을 최악의 결과를 내고 있기에 불가피한 변화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결정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키움의 계속되는 부진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구조적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시리즈에도 진출했던 키움이지만 이후 김하성(탬파베이)과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 다저스)까지 리그를 대표했던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이탈했다. 포스팅 비용으로 많은 금액을 챙겼음에도 이에 상응하는 제대로 된 보완은 없었다.
김하성이 이탈한 2021년에도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자존심을 지켰고 2022년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저력을 뽐냈지만 이정후의 부상이 뼈아팠던 2023년에 이어 그가 떠나간 지난해 모두 최하위에 머물렀고 김혜성까지 이탈한 올 시즌엔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최약체 팀 중 하나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는 핵심 불펜 투수 조상우(KIA)까지 트레이드로 내줬다. 타선 약화로 외국인 타자 2명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대실패를 거뒀다. 야시엘 푸이그를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로 교체했고 루벤 카디네스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투수 케니 로젠버그의 부상 상태가 예상보다 심각해 남은 교체 카드를 써야할 형국이다.
이 가운데 치고 올라와야 할 영건들의 성장세가 더딘 점도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키움에는 뼈아플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키움에서 뽑은 선수들 중 핵심 선수로 성장한 건 주승우(2022년 1차), 김건희(2023년 1라운드), 정현우(2025년 1라운드) 정도뿐이다.
더군다나 키움은 프런트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스타일로 운영하는 팀으로 알려져 있다. 1군 사령탑은 처음인 설 감독 대행이 남은 시즌 동안 보여줄 수 있는 건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허 신임 단장도 마찬가지다. 그 또한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팀의 변화와 도약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어찌보면 더 나빠질 게 없는 팀 상황이다.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는 성장 방향성 혹은 팬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는 성적 등 어느 부분에서라도 희망을 제시한다면 설 감독 대행이 정식 감독으로 승격하는 일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키움은 상대적으로 감독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 않았고 프런트의 비중이 많은 편인데다가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2군 감독 경험이 있는 설 대행이 오히려 안성맞춤일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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