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과 인사도 못한' 홍원기 감독 "멀리서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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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기자
홍원기 키움 전 감독.
홍원기 키움 전 감독.

'끝인사도 못하고 떠난' 홍원기 감독의 마지막 메시지 "멀리서 지켜보려 해, (키움) 응원 부탁드린다"


2009년부터 17년 동안 오로지 히어로즈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러나 선수들과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생이별을 하게 됐다. 홍원기(52)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마지막으로 팬들께 인사를 전했다.


홍원기 감독은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키움 히어로즈에서의 제 지도자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며 "직접 팬 여러분께 인사드릴 기회가 없어, 이렇게 SNS를 통해 글로나마 마음을 전한다"고 전했다.


지도자로 17시즌, 감독으로서만 5시즌을 보낸 히어로즈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지난 14일 팀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다.


코치로 긴 시간을 보냈던 홍 감독은 2021년부터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감독은 처음이었지만 준수한 성적을 써냈다. 2021년엔 가을야구를 경험했고 2022년엔 한국시리즈로 팀을 이끌었다.


2023년 이정후(샌프란시스코)의 부상 등이 겹치며 최하위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이정후가 미국으로 향한 뒤 다시 한 번 꼴찌를 면치 못했다.


올 시즌은 김혜성(LA 다저스)마저 보냈고 트레이드로 조상우(KIA)까지 보냈다. 확실한 자원은 외국인 투수 듀오를 떠나보내면서 데려온 외국인 타자 2명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송성문 등 믿었던 선수들의 부진까지 겹치며 2할대 승률까지 추락했다.


2022년 감독 100승 당시 홍원기 감독(왼쪽)이 이정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홍원기 전 감독 SNS 갈무리

6월은 5할 승률로 마치며 반등하는 듯 했다. 전반기를 마치고는 올스타전까지 다녀왔다. 그러나 키움은 내년 시즌을 위한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는 이유로 홍 감독과 작별을 택했다.


갑작스럽게 소식을 전해들은 홍 감독은 정든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짐을 쌌다. 일부 선수들과는 끝인사를 나눴지만 주장 송성문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과 공식적인 인사를 나누진 못했다. 그렇게 팀을 떠났다.


송성문은 "(홍 감독과) 통화는 어제 했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던 부분이 많았다. 군대 전역하고부터 계속 계셨는데 정말 많은 기회를 받았고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죄송한 부분도 많다"며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괜찮다. 앞으로 계속 하던 대로 열심히 잘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해주셨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홍 감독은 히어로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아봤다. "2009년 코치로 시작해 어느덧 17년이라는 시간을 이 팀과 함께했다"며 "코치 시절 입단했던 송성문 선수가 이제는 주장으로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보니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이젠 입장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 홍 감독은 "이제는 야구장 밖에서, 조금 멀리서 이 팀을 지켜보려 한다. 그래도 마음만은 여전히 그라운드를 향해 있다"며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저도 그날은 한 명의 팬으로서 누구보다 큰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팬들을 향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 남은 시즌 다치지 말고 끝까지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팬 여러분도 선수들을 믿고, 마지막까지 뜨거운 응원 부탁드린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애써주신 구단 현장 직원 여러들분께도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다"고 글을 마쳤다.


홍원기 전 감독(오른쪽)이 키움 마스코트 턱돌이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 /사진=홍원기 전 감독 SNS 갈무리

다음은 홍원기 감독의 고별인사 전문.

안녕하세요, 홍원기입니다.


키움히어로즈에서의 제 지도자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직접 팬 여러분께 인사드릴 기회가 없어, 이렇게 SNS를 통해 글로나마 마음을 전합니다.


감독실을 정리하다 보니 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2022년, 그 가을 무대에 다시 올랐던 순간엔 정말 전율이 돌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감독으로서 처음 승리를 거뒀던 날의 긴장과 기쁨, 감독 취임을 공식 발표했던 날의 설렘도 아직 선명합니다.

그리고 부산에서 거둔 100번째 승리. 숫자 '100'이 주는 무게와 책임감이 그날 따라 유난히 크게 다가왔던 기억도 납니다. 돌이켜보면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2009년 코치로 시작해 어느덧 17년이라는 시간을 이 팀과 함께했습니다.

코치 시절 입단했던 송성문 선수가 이제는 주장으로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보니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최근 팬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300여개가 넘는 메시지들, 하나하나 직접 답변드리진 못했지만 모두 읽었습니다.

그 안에 담긴 진심 어린 응원과 따뜻한 말들, 정말 큰 힘이 되었고, 깊이 감사드립니다.


긴 시간 동안 성적과 관계없이 늘 퇴근길을 뚫고 응원하러 와주시던 팬분들, 뛰어와 선물을 건네주시던 분들, 그리고 손편지로 마음을 전해주시던 분들까지...

그 마음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최근 올스타전에서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키움 선수단. 왼쪽부터 주승우, 하영민, 홍원기 전 감독, 송성문, 이주형. /사진=홍원기 전 감독 SNS 갈무리

한 팬분이 직접 만들어 관중석에서 들고 계셨던 '원기 매직'이라는 플랜카드,

저를 닮았다고 정성껏 만들어주신 캐릭터 키링, 어린 학생팬들이 감사하다며 건네던 편지들과 선물 그 외에도 수많은 응원과 따뜻한 마음들이 지금도 하나하나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그런 팬분들 덕분에 끝까지 힘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야구장 밖에서, 조금 멀리서 이 팀을 지켜보려 합니다.

그래도 마음만은 여전히 그라운드를 향해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저도 그날은 한 명의 팬으로서 누구보다 큰 박수를 보낼 겁니다.


우리 선수들, 남은 시즌 다치지 말고 끝까지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팬 여러분도 선수들을 믿고, 마지막까지 뜨거운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애써주신 구단 현장 직원 여러들분께도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 꼭 전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늘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 홍원기 드림


홍원기 키움 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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