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벼랑 끝 맞대결이다.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과 울산 HD가 K리그 격돌을 앞두고 있다. 두 팀 모두 서포터스가 잇따라 응원 보이콧을 선언할 정도로 팬심을 크게 잃은 김기동 서울 감독과 김판곤 울산 감독 간 얄궂은 만남이기도 하다.
서울과 울산은 2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1 2025 22라운드에서 격돌한다. 두 팀의 맞대결 자체만으로도 이목이 쏠릴 경기인 데다, 공교롭게도 이날 열리는 유일한 K리그1 경기라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지는 팀엔 그야말로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한 경기이기도 하다. 그 정도로 두 팀 모두 분위기가 좋지 못한 탓이다. 상대팀 분위기가 좋지 못한 건 양 팀엔 반전의 기회지만, 동시에 결과를 놓치는 팀은 더 큰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중심에 위태로운 사령탑들이 있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기대에 못 미친 성적뿐만 아니라 최근 기성용(포항 스틸러스) 이적 사태로 인해 서울 팬들의 분노를 샀다. 김기동호 체제에서 전력 외로 밀린 팀 레전드 기성용이 결국 팀을 떠나면서, 그 분노가 김 감독에게 향한 것이다.
결국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은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고, 지난달 29일엔 포항 스틸러스전 대승에도 불구하고 일부 팬들이 구단 버스를 막고 김기동 감독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나마 구단과 간담회 이후 서포터스 차원의 응원 보이콧은 해제됐지만, 이어진 전북 현대와의 코리아컵 8강 탈락으로 다시금 분위기가 흔들리고 있다.
김판곤 감독 역시도 그야말로 궁지에 몰려 있다. 공교롭게도 이미 서울 팬들이 구단 버스를 막았던 날, 울산 서포터스 역시도 김판곤 감독의 즉각 사퇴와 프런트 쇄신 등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지난해 여름 홍명보 감독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뒤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팬들의 분노였다.
김판곤 감독 체제에서 울산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단 1승(6패)에 그치며 리그 스테이지에서 탈락했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서도 3전 전패로 탈락했다. 리그 순위는 다른 팀들보다 2경기 덜 치른 가운데 승점 30(8승 6무 6패)으로 6위까지 처져 있다. 최근 공식전 성적은 7경기 연속 무승(2무 5패). 최근 K리그1 3연패 대업을 달성했던 기세가 김판곤 감독 체제에서 꺾인 상태다.
여기에 최근 진행된 구단 간담회가 오히려 팬들의 분노로 이어졌다. 결국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18일 "간담회를 통해 우리는 구단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기대했으나, 돌아온 것은 우리의 분노와 실망을 더욱 키우는 무책임하고 모호한 답변뿐이었다"며 "김판곤 감독의 즉각 사퇴와 김광국 단장의 공식 사과 및 구체적인 비전제시를 책임지고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고 행동으로 보여줄 때까지 우리는 응원 보이콧을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서로를 제물로 반전이 절실한 가운데, 서울은 수원FC에서 영입한 안데르손 효과에 기대를 건다. 안데르손은 수원FC에서 한 시즌 반 동안 58경기에 출전해 12골 19도움을 쌓았다. 지난 시즌엔 K리그1 최우수선수 후보에 오를 만큼 활약을 펼쳤다. 서울 안데르손에 대한 울산의 답은 최초의 K리그 1·2 최우수선수 출신인 말컹이다. 이제 막 합류한 만큼 경기 감각이나 몸 상태 등이 변수지만, 궁지에 몰린 김판곤 감독 입장에선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활용법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이 울산을 꺾은 건 무려 8년 전인 2017년 10월이 마지막이다. 이후 8무 15패로 이른바 '울산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김기동호 서울 입장에선 찝찝한 기록이지만, 동시에 분위기를 단번에 바꿀 기회일 수 있다. 반대로 김판곤호 울산으로선 서울전을 앞둔 자신감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징크스마저 이어가지 못하면 더 큰 위기로 다가오게 된다. 양 팀 모두 이 경기를 이기면 4위로 올라설 수 있다. 지난 4월 울산 맞대결에선 득점 없이 비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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