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전은 없었다. 프로축구 K리그1 최하위 대구FC의 연속 경기 무승이 무려 13경기(4무 9패)로 늘었다. 한 경기 덜 치른 11위 수원FC와 격차는 두 자릿수까지 벌어졌다. 12년 만의 강등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팬들과 구단 간 갈등도 심화되는 분위기다.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대구는 지난 27일 대구iM뱅크PARK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4라운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0-1로 졌다. 후반 22분 이호재에게 허용한 페널티킥 선제실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이날 대구는 볼 점유율에서 51%-49%로 대등했으나, 슈팅 수에선 5-8로 열세였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마저 놓쳤다. 대구는 상대 포항이 최근 3연패 늪에 빠져있었다는 점, 2019년 대구축구전용구장 개장 이후 단 한 번도 포항에 진 적이 없던 강세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대구는 이날 후반전 슈팅이 단 1개에 그치는 등 졸전 끝에 또 팬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무승 기록은 13경기, 김병수 감독 부임 이후엔 최근 3연패 포함 8경기 무승(3무 5패)의 흐름을 끊지 못했다.
함께 강등권에 처한 다른 팀들이 완전히 반등에 성공했거나 최근 분위기를 바꿨다는 점에서 최하위 대구만 홀로 추락하는 모양새다. 대구의 바로 윗 순위인 11위 수원FC는 최근 3연승 파죽지세 속 대구와 격차를 11점 차까지 벌렸다. 수원FC가 한 경기 덜 치른 상황이라 격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다. 10위 FC안양 역시도 최근 3연패 흐름을 끊어내며 최하위 대구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대구에 드리운 12년 만의 강등 위기감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무기력한 경기력과 결과에 대구 팬들의 분노도 결국 폭발했다. 축구계와 대구 팬들에 따르면 27일 포항전이 끝난 뒤 팬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구단 버스를 막는 이른바 '버막' 대신 다른 방식으로 구단을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팬들은 조광래 대표이사의 이름을 부르며 면담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조광래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몸이 안 좋다거나, 차량이 없다는 등 구단 직원들의 해명에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당시 상황은 대구 팬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서포터스석을 채운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 간 대치 상황은 경기가 끝난 뒤 무려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팬과 구단 직원 간 일부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는데도 조광래 대표이사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길었던 대치는 구단이 팬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가까스로 마무리됐다. 팬들은 인원수 제한 등이 없이 공개적인 간담회를 구단에 요구했다. 구단도 최대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한 뒤 곧 관련 공지를 하기로 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이라 이달 말 예정된 간담회는 날 선 분위기 속에 진행될 전망이다. 이날 팬들의 부름에 끝내 응하지 않았던 조광래 대표이사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미 강등 위기인데 이제와 간담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간담회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팬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무기력한 경기력 속 강등 위기에 팬들의 들끓는 분노까지, 대구의 상황이 여러모로 최악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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