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가을에 시작해 이듬해 봄에 시즌을 끝내는 '추춘제'를 도입하는 일본 프로축구 J리그가 파격적인 대회를 준비한다. 현재 진행 중인 2025시즌이 끝나고 내년 가을에 시작되는 2026~2027시즌 사이에 비는 상반기 기간을 활용해 열리는 특별 대회이다.
일본프로축구리그는 내년 2월부터 6월까지 열리는 2026 특별 시즌 관련 일정 등을 29일 공개했다. 아직 정식 대회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고, J1리그(1부)와 J2·J3리그(2~3부)로 나뉘어 각각 특별대회(가칭)를 연다.
J1리그 특별대회는 J1리그 20개 팀이 참가해 총 200경기가 치러진다. 내년 2월에 개막해 5월 말까지 정규리그 격인 지역 리그 라운드가 열리고, 플레이오프 라운드를 통해 최종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다.
지역 리그 라운드는 지역별로 10개 팀씩 2개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같은 그룹에 속한 팀들끼리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이후 두 그룹의 같은 순위 팀들끼리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플레이오프를 치러 20개 팀의 최종 순위가 결정된다.
눈에 띄는 건 대회 방식이다. 지역 리그 라운드의 경우 정규시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무승부가 아닌 승부차기를 통해 승패를 가린다. 승리 시 승점 3, 패배 시 승점 0은 기존 방식과 같고, 승부차기 승리 시 승점 2, 승부차기 패배 시 승점 1을 각각 얻는다. 플레이오프 라운드는 일반적인 홈 앤드 어웨이 방식처럼 1차전은 연장전이 없고, 2차전에선 필요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치러 승패를 가린다.
특별대회인 만큼 최하위로 처지더라도 강등팀은 없다. 대신 우승팀엔 2026~2027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출전권이 주어진다. 남은 두 장은 현재 진행 중인 2025시즌 우승팀과 준우승팀에 돌아간다.
파격적인 수준의 특별 보조금 지원 계획도 마련됐다. 앞서 일본프로축구리그는 추춘제 전환으로 인한 각 구단 비용 지원을 위해 무려 100억엔(약 935억원)의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 대회 지역 리그 라운드에서는 각 구단이 승점 1점에 200만엔씩, 약 1900만원의 수당을 쌓는다. 플레이오프 라운드를 거친 뒤 최종 순위에 따라 총액 1억 2000만엔(약 11억 3000만원)의 수당이 또 나뉘어 지급된다. 우승 상금 1억 5000만엔(약 14억 1000만원), 준우승 상금 6000만엔(약 5억 7000만원) 등은 별도다.
J2리그 20개팀, J3리그 20개팀이 동시에 참가하는 J2·J3리그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역 리그 라운드가 4개 그룹으로 나뉘어 열리고, 플레이오프 라운드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J2·J3리그 우승 상금은 1500만엔(약 1억 4100만원), 준우승 상금은 750만엔(약 7050만원)이다. 다만 J2·J3리그 특별대회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승격할 수는 없다. 반대로 4부리그로 강등되지도 않는다.
앞서 일본 J리그는 지난 2023년 12월 이사회를 통해 2026~2027시즌부터 추춘제 전환을 공식화했다. 당시 60개 구단 대표자가 참석한 실행위원회에서는 무려 52개 구단이 추춘제 전환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른 추춘제 전환을 추진해 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유럽 대부분의 리그가 추춘제로 진행 중이고, 최근엔 춘추제로 운영되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도 2023~2024시즌부터 추춘제로 전환된 상황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지난해 11월 추춘제 전환 검토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첫 토론의 장을 열었다. 추춘제로 전환하게 되면 요즘 같은 혹서기엔 한 시즌이 끝나고, 혹한기인 12월 중순부터 8주간 겨울 휴식기가 적용돼 시즌을 치르게 된다.
당시 공청회에선 추춘제 전환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고, 잔디나 부상 등 문제는 오히려 추춘제가 더 유리하다는 전문가 패널들의 의견도 나왔다. 다만 시도민구단이 많은 K리그 특성상 1월에 시작해 12월에 끝나는 회계 연도가 가장 큰 걸림돌로 제기됐다. 당시 패널로 참석한 윤지현 충북청주 사무국장은 "J리그가 먼저 추춘제를 시행한다고 하니, 어떠한 시행착오를 겪는지 지켜보고 완벽하게 준비가 됐을 때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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