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하면 잘 던질 수 있어요?"
백전노장 감독에게도 익숙지 않은 경험이었다. 터커 데이비슨(29·롯데 자이언츠)은 투수 출신도 아닌 감독에게 찾아와 답을 찾을 만큼 스스로도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데이비슨은 올 시즌 21경기에서 9승 5패, 평균자책점(ERA) 3.76으로 활약하고 있다. 6월 이후 9경기 연속 실점을 했고 불안한 모습도 자주 노출하고 있지만 최근 3연승을 달리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닝 소화력. 5월까지 던진 12경기에서 6승 1패, ERA 2.45로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고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QS)가 8차례에 달했으나 6월 이후 9경기에서 QS가 두 차례나 불과했다.
특히 최근 3경기에선 5이닝 소화에 그쳤다. '5이닝용' 외국인 투수는 감독의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1,2선발 투수 등판 경기에서도 불펜을 일찌감치 가동할 경우 과부하가 찾아오는 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NC 다이노스전에서도 9-2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도 5회 2점을 내주며 투구수가 많아졌고 결국 24구를 더해 88구를 기록, 6회 등판하지 못하고 투구를 마쳐야 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요즘 항상 5이닝이다. 더 던지게 할 수는 있는데 썩 더 갈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해 바꿔줬다"며 "'어떻게 하면 잘 던질 수 있냐'고 면담 요청을 하는데 내가 해줄 얘기가 없더라. 내가 뭐라고 하겠나"고 말했다.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투수에게 기술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다만 심리적으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초반보다는 멘탈적으로 많이 약해졌다. 어제도 경기 중간에 한 번 얘기를 했는데 표정도 그렇고 마운드에서 더 자신감 있게 던지라고 얘기를 해줬다"며 "멘탈이 조금 흔들리는 것 같다. 불안하니까 자꾸 물어보기도 한다. 어제도 2이닝 잘 던지고 들어와서는 또 신나하더라. 못 던질 때는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물론 시즌 초반에 비해 떨어진 구속이 자신감 하락의 이유일 수도 있다. 김 감독은 "구속도 많이 떨어졌다. 2~3㎞는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근본적인 부진의 이유는 아니라고 말했다. 심리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것. "택도 없는 볼넷을 자꾸 주지 않나. 그러다보니 카운트를 잡으려고 들어가다보니 자신의 공을 못 던지는 것 같다. 시즌 초반 좋았을 때와 비교했을 때 심리적인 게 가장 큰 것 같다. 구위 자체도 조금 떨어졌지만 자신이 있으면 자신의 공을 던질 텐데 그 부분을 스스로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수가 먼저 면담을 요청하는 일이 결코 흔한 경우는 아니다. 김 감독은 "멘탈이 약해서 그렇다(웃음). 잘 나가고 있을 때 감독을 찾을 일이 뭐가 있겠나"라며 "외국인 선수들은 불안하면 내 옆에 앉아서 할 얘기가 마을 하곤 한다. 지금 심리적인 상태가 그런 것 같다. 보고 있으면 어린 아이 같다. 애기가 초콜릿을 빼앗긴 것 같은 인상을 짓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8년 만의 가을야구에 가까워지고 있는 롯데이기에 외국인 투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악의 경우 교체까지도 생각할 수 있지만 데이비슨이 전반기의 컨디션을 되찾는 게 최선이다.
그렇기에 실질적인 조언을 건넸다. 김 감독은 "그렇게 표정을 짓지 말고 자신 있게 던지라고 말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가는 동안은 자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자신감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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