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사인 훔치기로 논란을 일으켰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공교롭게도 사인과 관련된 정황으로 일어난 벤치 클리어링을 일으켰다.
3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는 보스턴과 휴스턴의 2025 미국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경기가 펼쳐졌다. 이날 게임은 보스턴이 7-3으로 승리했다.
휴스턴은 1회초 크리스티안 워커의 투런 홈런으로 먼저 앞서나갔다. 그러나 보스턴도 1회말 로미 곤잘레스의 솔로포로 곧바로 추격했고, 3회 트레버 스토리의 2점 홈런 등을 앞세워 3점을 올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이어 4회 에이브러햄 토로의 투런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무난히 흘러가던 경기는 양 팀의 갈등으로 한 차례 뜨거워졌다. 7회말 보스턴은 2사 후 롭 레프스나이더와 스토리의 연속 2루타로 한 점을 추가해 7-3을 만들었다. 이후 휴스턴 투수 헥터 네리스는 2루에 견제를 하는 몸짓을 하더니, 볼카운트 2-2에서 글러브에 있던 공을 일부러 떨어트리면서 보크를 저질러 주자를 3루로 보냈다.
네리스는 카를로스 나바예스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그런데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네리스와 카일 허드슨 보스턴 3루 코치 간 언쟁이 펼쳐졌다. 네리스가 먼저 허드슨 코치에게 무언가 말했고, 무시하고 가던 허드슨 코치도 반응하면서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양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쏟아진 가운데, 심판과 선수들이 네리스와 허드슨 코치를 빠르게 말리면서 큰 갈등으로 번지진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벤치 클리어링이 사인 훔치기와 관련됐다고 보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종종 주자가 2루에 있을 때 투수들이 고의 보크를 범하는데, 이는 2루 주자가 배터리의 사인을 훔쳐서 타자에게 전달하는 걸 막기 위함이다.
특히 보스턴과 휴스턴이기에 더욱 묘하다. 두 팀은 지난 2019년 폭로된, 전자기기를 이용한 사인 훔치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던 팀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조사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서 당시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과 A.J. 힌치 휴스턴 감독이 모두 물러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양 팀은 말을 아꼈다. MLB.com에 따르면 먼저 입을 열었던 네리스는 사인 훔치기와 관련된 질문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집중력을 유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상황에서는 내 느낌대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ㅕ 3루로 보냈다"고 얘기했다. 다만 허드슨 코치에게 한 말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아니다. 심각한 일은 아니다"라며 밝히길 거부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