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상에서 돌아온 필승조 손동현(24·KT 위즈)이 마법사 군단의 뒷문을 더 높게, 더 튼튼하게 만들었다.
손동현은 1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7회 등판해 2이닝을 안타와 볼넷 없이 삼진 3개만 솎아내며 완벽하게 매조지었다.
이날 KT는 안현민(22)의 양쪽 종아리 부상 이탈 후 지독하게 터지지 않는 타선 탓에 키움에 3-4로 패했다. 강백호만이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으로 활약했고 대타 포함 다른 9명의 타자는 3안타를 합작하는 데 그치면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그럼에도 1점 차, 9회 강백호의 적시타로 일발 역전을 노려볼 수 있었던 건 손동현의 역투 덕분이었다. 7회말 3번째 투수로 올라와 키움 상위 타선을 마주한 손동현은 뛰어난 제구가 바탕이 된 직구 구위로 상대를 눌렀다. 그렇게 임지열과 최주환을 공 3개로 땅볼-뜬공으로 처리했다.
올해 새롭게 위닝샷으로 장착한 포크는 하이 패스트볼과 함께 좋은 궁합을 이뤘다. 연거푸 던진 포크에 루벤 카디네스도 스윙이 헛나왔고 결국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손동현의 8회 투구는 더 압권이었다. 선두타자 전태현에게 한복판으로 직구 2개를 다시 던져 2스트라이크를 만든 그는 낙차 큰 포크로 헛스윙을 끌어내 첫 삼진을 잡았다. 이주형 상대로는 좌우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공으로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6구째 직구를 정확하게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시키면서 이주형을 허탈하게 했다.
노련하게 데뷔 3년 차 김건희를 상대로는 변화구 위주의 승부를 했다. 3개의 포크를 차례로 낮게 떨어트리면서 방망이를 연거푸 끌어냈다. 김건희도 4구째 포크에 절로 끌려 나오던 방망이를 가까스로 멈춰봤지만, 이미 주심은 스윙으로 판단한 뒤였다.
100% 몸 상태가 아님에도 나온 구위와 제구라 더욱 놀랍다. 멀티 이닝에도 더는 끄떡 없는 모습. 올해 일본 개인 훈련에서 새로 가다듬은 포크로 리그 정상급 불펜으로 올라선 손동현은 지난 5월 어깨 근육 파열로 그 흐름이 잠시 끊겼다. 7월 중순 1군에 복귀해 평균자책점 7.94로 걱정을 샀지만, 8월 들어서는 6경기 평균자책점 1.08로 좋았던 전반기 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T 이강철 감독은 지난 12일 수원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손동현의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구속이 시속 147km까지 올라오고 RPM(분당 회전수)도 좋아지고 80~90%까진 올라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감을 많이 찾았다고 한다. 그날(8월 10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 2⅓이닝 1실점)도 1이닝만 던지고 말려고 했는데, 본인이 좋아진 것 같아 더 던지고 싶다고 해서 뒀다. 이제 올라온 느낌"이라고 미소 지었다.
16일 경기 종료 시점 6위 KT는 3위 롯데 자이언츠와 3경기 차, 8위 삼성과 2경기 차로 살얼음을 걷는 듯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손동현이 너무 늦지 않게 기량을 끌어올리면서 후반기 KT 불펜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마무리 박영현도 힘들었던 7월(평균자책점 6.75)을 지나 8월 들어 평균자책점 1.59로 다시 안정감을 찾았다. 여기에 퓨처스리그에서 9경기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한 강속구 신인 김동현(19)도 최근 1군에 합류하면서 단단했던 KT 뒷문이 더욱 두꺼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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