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은(48) 부산 BNK 썸 감독이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인 고모 앞에서 첫 승을 올리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BNK는 30일 오후 2시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 BNK 금용 박신자컵 A조 조별예선 경기 후지쯔 레드웨이브(일본)와 맞대결에서 52-62로 패배했다.
이날 BNK는 안혜지-이소희-박혜진-김소니아-박성진이 출격하며 사실상 베스트5를 내보냈다. 하지만 지난해 박신자컵 우승팀 후지쯔의 플레이에 밀렸다. 절묘한 패스와 빠른 트랜지션에 페이스를 내주고 말았다. 그나마 김소니아가 3점슛 3방을 포함해 19점을 올렸지만, 캡틴 박혜진의 몸 상태가 올라오지 못한 건 과제였다.
박정은 감독 역시 "확실히 부족한 점을 많이 알았다. 많은 걸 시도해볼 수 있었고, 남은 시간 뭘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팀 상태를 60% 정도라고 평가한 그는 "후지쯔는 빅맨이 빠졌음에도 움직임이 전혀 빈틈이 안 보였다. 배우는 점도 있었던 경기였다"고 했다.
이날 BNK는 박성진과 변소정을 앞세운 빅맨 농구를 펼쳤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지난해 스몰 라인업에 비하면 호흡이 맞지 않았다. 박 감독은 "빅맨을 가지고 하는 농구는 단발적으로 사용했는데, 빅맨이 오래 뛰니 트랜지션이나 코트 밸런스가 호흡이 안 맞아서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특히 선발로 나선 박성진에 대해서는 "본인도 오늘 기대 많이 했고, 긴장도 한 것 같다"며 "상대 기세나 몸싸움에 밀려다니는 경향이 있었다"고 했다.
경기는 졌지만, 이날 박 감독은 의미 있는 장면을 만들었다. 바로 자신의 고모이자 여자농구의 전설 박신자(83) 여사와 경기장에서 만난 것이다. 1967년 세계선수권(現 여자농구 월드컵) 준우승 및 대회 MVP를 수상한 이력과 더불어 2015년에는 대한체육회에서 선정한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으며, 2021년에는 2020 FIBA(세계농구연맹) 명예의 전당 선수 부문 헌액 대상자로 선정됐다.
2013년 미국으로 건너간 박 여사는 본인의 이름을 딴 박신자컵 10주년을 맞이해 부산을 찾았다. 박 여사는 조카 박 감독에 대해 "농구를 잘 못했다"는 농담을 던지며 "머리가 좋아서 힘들게 안했다. 몸 부딪히는 걸 별로 안했다"고 말한 그는 "농구에는 맥이 있는데, 패스가 가는 길을 잘 봤다"고 했다. 그래도 주위에서 "(박)정은이는 선수보다 감독을 더 잘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박 여사는 "난 선수로는 잘했지만 감독은 젬병이었다"며 조카를 칭찬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인터뷰 하신 얘기 듣고 말린 것 같다"고 웃었다. "백 번 맞는 얘기"라고 말한 그는 "고모는 코트 안에서 부지런하고 쉬지 않으신 것 같다. 난 좀 더 잔머리 많이 썼다. 움직임이 고모가 봤을 땐 많이 부족할 거다"라고 했다.
농구를 시작한 후 박 감독은 '박신자의 조카'라는 꼬리표가 계속 달렸다. "고모는 얼마나 대단하시길래 발끝에도 못 따라가지 생각했다"는 박 감독은 "박정은이라는 이름이 먼저 오도록 달려가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했다. 그는 "센스적인 부분을 물려주셨다. 노력에 의해 나오는 부분을 더 바라셨다"고 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 박 여사에게 전화했다는 박 감독은 "연락드릴 때 '내 눈으로 봐야겠어' 하셨다. 오늘은 이기고 싶었는데, 아직은 팀이 완성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무리수 두면 부작용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고모가 다음에 오면 이기는 농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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