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 두 영건 김태형(19)과 성영탁(21)이 잠재력을 뽐냈다.
KIA는 11일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3-4로 패했다. 그러면서 KIA는 59승 4무 65패로 8위에서 제자리걸음 했다. 반면 5연패를 탈출한 롯데는 63승 6무 64패로 같은 날 패한 5위 삼성 라이온즈를 1경기 차로 추격했다.
KIA에는 전반적으로 답답한 경기였다. 가장 먼저 올 시즌 롯데에 3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51로 매우 강했던 선발 투수 김도현(25)이 팔꿈치 통증으로 자진 강판한 것이 컸다.
김도현은 2022년 한화 이글스에서 KIA로 트레이드 이적해 올 시즌 그 재능을 만개한 우완 투수. 전반기 13경기 4승 3패 평균자책점 3.82로 선발 로테이션 한 축을 차지하며 트레이드 복덩이라고도 불렸던 선수다.
그러나 김도현이 갑작스럽게 사라지면서, 가뜩이나 선발 자원 고갈에 허덕이는 KIA는 고민을 떠안게 됐다. 일단 김도현은 인근 병원으로 이동해 MRI 검진을 받았고 자세한 결과는 12일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타선도 답답했다. 늙지 않는 4번 타자 최형우(42)가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을 작성한 것을 제외하면 출루조차 하기 어려웠다. 투·타 모두 안 풀리는 가운데 1점 차 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건 어린 투수들의 깜짝 호투 덕분이었다.
특히 김태형, 성영탁 두 어린 우완의 호투가 인상적이었다. 먼저 김태형은 김도현 대신 곧바로 투입됐음에도 4이닝 6피안타 2사사구(1볼넷 1몸에 맞는 공) 1탈삼진 2실점으로 씩씩하게 5회까지 버텼다. 김태형의 데뷔 후 최다 이닝(4이닝)이자 최다 투구 수(68구)였다. 종전 최다 이닝, 투구 수는 7월 8일 한화전 2⅓이닝 40구.
최고 시속 152㎞의 직구가 매력적이었다. 2회초 첫 등판에서는 손호영을 하이 패스트볼로 중견수 뜬공, 전민재에게 몸쪽 낮게 떨어지는 직구, 정보근에게 또 한 번 시속 150㎞ 직구를 꽂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면서 팬들을 설레게 했다. 물론 아직 미숙한 점도 보였다.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등 변화구 각이 날카롭지 못하면서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롯데 타선에 고전했다. 변화구가 통하지 않자 직구 제구도 흔들리는 아쉬움도 연출했다.
그러나 김태형은 3회 2실점 이후 다시 마주한 타자들을 실점 없이 돌려세우면서 희망을 안겼다. 덕수고 시절 뛰어난 경기 운영으로, 2025년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라운드 전체 5번으로 지명받은 선수답게 여유 있게 베테랑 선배들을 돌려세웠다.
KIA의 빛나는 원석은 김태형 말고 한 명 더 있었다. 7회 등판한 성영탁의 투구는 보다 완벽했다. 상대 타순이 나승엽-빅터 레이예스-윤동희로 이어지는 클린업 타선임에도 커터, 투심 패스트볼, 커브를 골고루 섞어 2개의 삼진만 솎아내고 삼자 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성영탁은 과거 부산고 에이스로 활약했음에도 느린 구속을 이유로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전체 96번에 지명받았다. 그러나 변화구의 완성도는 동 나이대 투수 중 발군이었고, 그 잠재력을 이날 입증했다. KBO 타격왕 레이예스에게는 커브 3개를 떨어트려 두 차례 헛스윙을 끌어냈고, 국가대표 외야수 윤동희는 끝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야 했다.
올 시즌 KIA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단꿈도 잠시, 선수단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특히 선발 로테이션에서 양현종(37)의 노쇠화와 부상으로 공백이 생긴 황동하(23), 윤영철(21)을 대신할 투수가 필요해졌다. 그런 가운데 이날 김태형의 매력적인 직구와 성영탁의 인상적인 변화구 퍼레이드는 KIA의 선택지를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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