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교포 이태훈(35)이 우승이 걸린 마지막 홀에서 고개를 숙였다. 우승 트로피는 히가 가즈키(30·일본)의 차지가 됐다.
이태훈은 14일 인천 연수구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파72)에서 열린 제41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5억 원)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최종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이태훈은 히가 가즈키(18언더파 270타)에 한 타 밀려 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4회 우승, 아시안투어에서 2승을 차지했던 이태훈은 첫날 공동 3위, 2라운드에선 공동 15위로 처졌으나 3라운드에서 노보기 플레이를 펼치며 버디 7개를 낚아 공동 3위로 도약했다.
챔피언조에서 시작한 이태훈은 무결점의 경기력을 뽐냈다. 3번 홀(파5)에서 316야드(288.9m)를 날린 티샷에 이어 세컨드샷을 그린에 올린 뒤 2번의 퍼트로 버디를 만든 이태훈은 4번 홀(파4)에서도 다시 한 타를 줄였다.
7번 홀(파5)에선 완벽한 어프로치를 앞세워 버디를 낚은 이태훈은 9번 홀(파4) 5.4m 퍼트를 떨어뜨리며 전반에만 4타를 줄였다. 10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낸 이태훈은 이후에도 안정적인 샷으로 선두권 경쟁을 이어갔다.
특히나 티샷은 단 한 번도 페어웨이를 벗어나지 않았고 이를 바탕으로 노보기 플레이를 이어가며 막판 역전극을 꿈꿨다.
18번 홀(파5)이 문제였다. 선두 히가에 한 타 뒤진 상태로 18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다. 과감한 티샷을 바탕으로 최소 버디 이상을 노려야 연장 혹은 역전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 이런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했을까. 이태훈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렸고 워터 해저드 방향 쪽에서 사라졌다. 결국 벌타를 받고 3번째 샷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이태훈의 미스샷을 지켜본 뒤 티잉 지역에 들어선 히가는 드라이버가 아닌 우드를 들었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 우승 굳히기 전략이었다. 티샷은 페어웨이 중앙에 안착했다.
페널티 샷의 위치에 대한 설왕설래로 오랜 시간이 지체됐고 결국 이태훈은 한참을 뒤에서 3번째 샷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티샷 지점보다 약간 앞쪽에서 3번째 샷을 시도했고 결국 페어웨이 중앙 쪽으로 공을 올려놓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후 4번째 샷을 그린 근처 지역을 보냈다.
그럼에도 이태훈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히가의 3번째 샷 어프로치 실수가 나왔고 파를 지키는 것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그린 사이드 잔디 지역에서 퍼터를 잡은 이태훈의 퍼트가 그림과 같이 떨어졌다. 갤러리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글과 같이 느껴지는 파 퍼트였다.
히가의 퍼트는 무산됐지만 파만 성공시켜도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 결국 짧은 거리의 퍼트를 성공시키며 한 타 차이로 최종 우승자가 됐다.
히가는 2022년 이후 다시 한 번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라운드에선 2언더파로 공동 21위로 시작했으나 2라운드 공동 6위에 이어 3라운드 1위로 도약하더니 이날도 전반에만 5타를 줄이며 우승에 가장 가깝게 다가섰다. 후반 한 타를 잃었으나 18번 홀에서 이태훈의 치명적인 티샷 실수의 행운까지 겹치며 우승 상금 2억 7000만원도 손에 넣었다.
이번 대회는 KPGA 투어와 아시안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가 공동 주관한 대회로 이 대회 최근 5년 우승자 혹은 각 투어 상위 40인 등에 속한 선수들만 나올 수 있는 권위 있는 대회다.
1라운드에선 KPGA 투어, 2라운드에선 JGTO 선수들, 3라운드에선 아시안투어 선수들의 약진이 돋보였는데 2023년 고군택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으나 지난해 히라타 겐세이에 이어 다시 한 번 일본 선수들이 최종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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