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벤트 매치에 출전한 은퇴 선수에게 몰상식한 악플이 쏟아졌다. 박주호(38)는 어른스럽게 대처하는 품격을 보였다.
박주호는 지난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아이콘 매치: 창의 귀환, 반격의 시작' 메인 매치에서 후반 결승골을 기록했다. 경기는 박주호가 속한 실드 유나이티드의 2-1 승리로 끝났다.
이 경기에는 세계적 레전드들이 대거 출전했다. FC 스피어에서는 잔루이지 부폰, 스티븐 제라드, 클라렌스 세이도르프, 호나우지뉴, 웨인 루니, 디디에 드록바, 가레스 베일, 박지성, 티에리 앙리, 카카,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가 선발로 나섰다. 이범영(골키퍼), 로베르 피레스, 설기현, 에덴 아자르, 구자철이 벤치에서 대기했다.
실드 유나이티드는 이케르 카시야스, 애슐리 콜, 클로드 마켈렐레, 리오 퍼디난드, 카를레스 푸욜, 욘 아르네 리세,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마이콘, 알레산드로 네스타, 네마냐 비디치, 마이클 캐릭이 선발로 출전했고, 박주호와 이영표, 질베르투 실바, 솔 캠벨이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낭만적인 이벤트 매치에 일부 몰상식한 팬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행동을 했다. 경기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한국인 선수들의 출전 자격을 문제 삼거나 결승골 장면을 두고 불만을 표하는 댓글이 다수 게시됐다. 일부 이용자들은 "승부차기를 보고 싶었다"는 취지의 불만과 함께 박주호 개인을 겨냥한 공격적 표현을 남기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논란이 커지자 박주호는 장문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그는 "올해 '아이콘 매치'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었던 것만으로 큰 영광이었다"며 "세계적인 선수들과 한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었고, 팬들의 열정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어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결승골을 넣었던 박주호는 "많은 분이 승부차기를 기대하셨다는 걸 알고 있다. 저 역시 성사됐다면 특별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에겐 소중한 추억이었지만, 팬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박주호는 최근 자신의 SNS에 올라온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어울림 마라톤 대회' 현장 사진 게시물이 아이콘 매치 논란과 뒤섞이며 본래 취지가 가려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좋은 취지로 마련된 뜻깊은 행사였는데, 해당 게시물에 대회 관련 반응이 몰리며 의미가 흐려진 것 같아 송구하다"며 "행사 관계자와 함께 뛰었던 분들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경기 중 손가락 여덟 개를 펴 보였던 세리머니의 배경도 설명했다. 박주호는 "파워도르 이벤트에서 스티로폼 15장 중 8장만 깨 팀에 누를 끼친 것을 떠올리며, 실드팀 선배들께 죄송하다는 의미로 숫자 8을 표현했다"며 "흥분해 합장까지 이어가진 못했지만 사과의 뜻을 담은 제스처였다"고 알렸다.
더불어 박주호는 이번 행사에 초청한 주최 측과 동료 선수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주호는 "초대해 주신 관계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실드팀 선배들과 베니테스 감독님께서 존중해 주신 덕분에 그라운드 안에서 더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며 "따뜻한 격려든, 따끔한 조언이든 모두 아이콘 매치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것으로 알겠다. 겸손하게 듣고, 축구가 줄 수 있는 기쁨과 의미를 계속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이번 아이콘 매치는 다양한 국적·세대의 레전드들이 한데 모여 '축구'라는 공통 언어로 소통한 자리였다. 박주호는 "축구의 힘을 다시 확인했다. '축구를 해서 행복했고, 축구 덕분에 지금도 행복하다'는 마음을 되새겼다"며 "앞으로도 팬들과 함께 따뜻함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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