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고 맷 데이비슨이 SSG 랜더스 드류 앤더슨을 상대로 투런포를 날리며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로건 앨런(28·NC 다이노스)이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치 못했다.
로건은 16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SSG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4회초 4연속 피홈런을 허용했다.
KBO 역사를 통틀어도 단 4번째에 불과한 진기록이었다. 이날 홈런을 날린 SSG 최정과 한유섬은 2021년에도 제이미 로맥, 정의윤과 함께 한 차례 이 기록을 달성한 경험이 있는 타자들이었다. 홈런에 일가견이 있는 타자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럼에도 이것이 로건에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었다.
로건은 이날 전까지 29경기에서 6승 11패, 평균자책점(ERA) 4.38을 기록 중이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는 1.47로 높았다. 외국인 선발 투수에게 기대되는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더구나 앤더슨은 올 시즌 10승 6패 ERA 2.14로 리그에서 가장 빼어난 투구를 펼치고 있는 앤더슨은 NC만 만나면 더 무서운 힘을 발휘했다. 4경기에서 2승 ERA 0.72로 도무지 공략이 어려운 투수였다.
그렇기에 1회말부터 데이비슨이 날린 선제 투런포는 로건에게도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로건도 3회까지 깔끔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었다.
4회 한순간에 무너졌다. 선두 타자로 나선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로건 앨런에게 던진 초구 시속 128㎞가 밋밋하게 상단으로 흘러 들어갔고 타격감이 뜨거운 에레디아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았다. 좌측으로 빠르게 뻗어간 타구는 비거리 120m의 여유 있는 추격의 솔로포가 됐다.
이어 등장한 최정에게 맞은 홈런도 아쉬웠다. 1-2로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던진 시속 143㎞ 직구가 멋잇감이 되기 딱 좋은 높은 코스로 들어왔다. 최정의 방망이에 맞은 타구는 좌중간으로 쭉쭉 뻗어나가더니 관중석까지도 넘기는 장외포가 됐다.
이어 한유섬과 류효승에게도 연달아 홈런을 허용했다. 한유섬에게 던진 시속 129㎞ 슬라이더와 류효승에게 던진 144㎞ 직구는 완전히 한복판으로 향했다. 기세가 오를대로 오른 SSG의 거포들은 이 공을 그대로 지켜보지 않았다. 결국 로건은 백투백투백투백이라는 진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5회 2아웃을 잘 잡아낸 뒤 에레디아에게 내야 안타를 맞더니 최정에게 연타석 홈런까지 맞았다. 이번에도 시속 133㎞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들어갔다.
이후 6회엔 KKK로 이닝을 마쳤고 7회에도 2아웃을 잡아낸 뒤 이용찬에게 공을 넘겼다. 94구를 던지며 6⅔이닝을 버텼다. 70.2%(66/94)가 스트라이크 존을 파고들 만큼 피해가지 않는 승부를 벌였고 사사구도 단 하나도 없었다.
분명 볼을 남발하며 힘든 승부를 이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방향성은 좋았다. 다만 연이은 실투로 인해 7피안타 중 5개가 홈런으로 연결됐다. 시즌 막판 가을야구 막차 탑승을 노리는 NC엔 치명타가 된 실투 행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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