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7)가 다시 침묵에 빠졌다. 미국 무대 진출 후 처음으로 8번 타순에 배치된 가운데, 5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치고 말았다.
이정후는 17일(한국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체이스 필드에서 펼쳐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5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원정경기에 8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 4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기를 마친 이정후의 올 시즌 성적은 14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2(530타수 139안타) 8홈런, 2루타 30개, 3루타 11개, 52타점 70득점, 46볼넷 65삼진, 10도루(2실패), 출루율 0.326, 장타율 0.406, OPS(출루율+장타율) 0.732가 됐다.
이정후가 최근 다시 슬럼프에 빠진 모양새다. 지난 11일 애리조나전부터 5경기 연속 무안타(17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있다. 한때 0.271까지 상승했던 시즌 타율도 다시 0.262로 떨어지고 말았다. 9월 메이저리그 타율 전체 2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으나, 지금은 한풀 꺾인 상태다.
이정후가 8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2024시즌 이후 이번이 처음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엘리엇 라모스(좌익수), 라파엘 데버스(지명타자), 윌리 아다메스(유격수), 맷 채프먼(3루수), 윌머 플로레스(1루수), 케이스 슈미트(2루수), 헤라르 엔카나시온(우익수), 이정후(중견수), 앤드류 키즈너(포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선발 투수는 크리스탄 벡. 불펜으로만 활약했던 그의 올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였다.
이에 맞서 애리조나는 제랄도 페도모(유격수), 케텔 마르테(2루수), 코빈 캐롤(우익수), 가브리엘 모레노(포수), 블레이즈 알렉산더(3루수), 아드리안 델 카스티요(지명타자), 알렉 토마스(중견수), 일데마로 바르가스(1루수), 제이크 맥카시(좌익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좌완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였다.
샌프란시스코는 1회초부터 대거 4득점을 올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다만 이정후는 1회 마지막 타자가 됐다. 팀이 4-0으로 앞선 2사 2루 기회에서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섰으나,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이정후는 팀이 5-3으로 앞선 2사 1루 기회에서 두 번째 타석을 밟았다.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한가운데 싱커를 공략했으나, 이번에도 2루 땅볼로 아웃됐다.
세 번째 타석은 상대 호수비에 잡히고 말았다. 양 팀이 5-5로 팽팽히 맞선 6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상대 투수는 두 번째 투수인 존 커티스. 여기서 이정후가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바깥쪽 높은 속구를 받아쳤다. 잘 맞은 타구는 좌중간 외야를 향해 쭉쭉 뻗어나갔다. 그러나 애리조나 중견수 토마스의 슬라이딩 캐치에 막히고 말았다.
이정후는 여전히 5-5로 팽팽하던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네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를 공략했다. 타석 앞쪽에서 바운드된 타구는 1루수 쪽으로 굴러갔다. 그런데 이정후가 타격 후 1루 쪽으로 뛰지 않은 채 얼어붙었고, 상대 1루수 바르가스는 공을 잡은 뒤 1루 베이스를 자동으로 밟았다. 이정후는 파울인 줄 알았던 것으로 보이나, 1루심은 타구를 파울라인 안쪽에서 잡았다고 판단해 아웃카운트를 선언한 것. 바르가스는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반면 이정후는 다소 황당한 듯 한동안 더그아웃으로 향하지 못했다. 불운이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이 이닝 종료 후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샌프란시스코는 9회말 끝내기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선두타자 캐롤의 중전 안타, 모레노의 스트레이트 볼넷, 알렉산더의 희생 번트로 1사 2, 3루 기회를 만들었다. 여기서 롤러가 라이언 워커를 상대로 끝내기 내야 안타를 치며 영웅으로 등극했다.
이날 패배로 샌프란시스코는 4연패 수렁에 빠졌다. 75승 76패를 마크한 샌프란시스코는 사실상 가을야구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3위 뉴욕 메츠(78승 73패)와 승차가 어느새 3경기로 벌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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