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순번 팀들의 예상 밖 선택에 흥미로운 신인드래프트가 펼쳐졌다. 하지만 이변의 연속에서 최고 시속 157㎞ 우완 파이어볼러 박준현(18·북일고)의 전체 1순위 지명은 흔들림이 없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7일 오후 2시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털 볼룸에서 2026 KBO 신인 드래프트를 개최했다. 전면 드래프트로 치러지는 2026 KBO 신인 드래프트는 1라운드부터 11라운드까지 이뤄지며, 2024년도 구단 순위의 역순인 키움-NC-한화-롯데-SSG-KT-두산-LG-삼성-KIA의 순으로 실시됐다.
1순위는 예상대로 박준현이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기준 키 188㎝ 몸무게 95㎏ 체격의 박준현은 완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타고난 신체 조건으로 올해 신인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며, 직구 구위와 변화구의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다. 현시점까지 3학년 성적은 10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2.63, 40⅔이닝 54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90.
박준현은 전체 1번 소감으로 "야구 시작하면서 전체 1순위가 목표였다. 그 목표를 이루게 해주신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항상 뒷바라지해주면서 큰 힘이 돼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천안 북일고 이상군 감독님, 야구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알려준 초등학교, 중학교, 북일고 코치님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같이 3년 동안 고생했던 친구들이랑 다같이 프로 지명됐음 좋겠는데, 만약 안 되더라도 나중에 같이 야구했으면 좋겠다. 키움에 뽑힌 만큼 1군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2라운드부터 깜짝 놀랄 선택이 이어졌다. 올해 신인드래프트도 우완 투수들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2순위로 예상되던 경기항공고 우완 양우진(18)이 8번 LG 순번까지 밀렸다.
2순위 NC는 제2의 최정으로 불리는 유신고 3루수 신재인(18), 3순위 한화는 제2의 정수빈으로 여겨지는 유신고 중견수 오재원(18)이 나란히 뽑혔다. 본래 2순위가 유력했던 경기항공고 양우진(18)이 18세 이하(U-18) 야구 청소년 국가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피로골절을 겪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예년처럼 우완 투수들의 강세가 유력한 상황에서 야수 톱3 유망주로 꼽히는 신재인과 오재원이 나란히 지명되자 드래프트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박준현, 양우진 외에 투수들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NC는 야수 유망주가 많은 현 로스터에도 과감하게 신재인을 지명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 스카우트들도 1학년 시절부터 주목했던 신재인인 만큼 2순위에 확실히 어울리는 픽을 했다는 평가다. 오재원은 갈수록 가치를 올린 선수의 기량과 야수 유망주가 부족하고 투수 유망주는 풍족한 현 로스터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신재인은 "소중한 1라운드 픽으로 나를 지명해준 NC 구단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하다. 저를 야구 선수로서 지도해주신 중·고등학교 야구 코치님들과, 학생으로서 가르쳐주신 초중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 또 내가 제일 사랑하고 소중한 가족들에게 모두 감사하다. 1라운드에 나를 지명해준 만큼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명해준 팬들 실망시켜드리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 그리고 유신고 대선배이신 최정 선배님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재원은 "이렇게 빨리 지명될 줄은 몰랐는데 저를 높은 순번에 지명해 준 한화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뒷바라지 열심히 해주신 가족 분들에게 감사하다. 야구하는 데 있어 도움을 주신 초·중·고 감독님들께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롤모델이 메이저리그 배지환이다. LG 박해민 선수와 유신고 선배님 정수빈 선수를 좋아하고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 한화에 새로 입단하게 됐는데 인성부터 길러서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화 위해 제 한 몸 바쳐서 노력하겠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1라운드는 예상대로 우완 톱5로 평가받는 신동건(18·동산고), 김민준(18·대구고), 박지훈(19·전주고)가 나란히 롯데, SSG, KT의 선택을 받았다. 의외라면 외야수 김주오(18·마산용마고)를 선택한 두산의 7순위 지명. 하지만 한화와 마찬가지로 외야 유망주가 부족한 두산의 현실과 오재원 이후 나올 외야수 중 김주오만한 선수가 없다는 사정이 고려됐다.
한편 8순위의 LG는 양우진(18·경기항공고)를 선택하는 행운을 얻었다. 당초 내야수 지명을 염두에 두고 있던 LG는 2순위로 여겨지던 양우진이 8순번까지 내려오자 과감히 선택했다. LG 차명석 단장은 "이 선수가 여기까지 내려온 건 행운"이라고 했다.
양우진은 "우선 이렇게 빠른 순번에 뽑아준 LG 단장님과 스카우트분들께 감사드린다. 1학년부터 경기항공고 이동수 감독님, 코치님들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믿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다. LG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께 감사드린다. 염경엽 감독님께 내년부터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이후 9순위 삼성은 서울고 우완 이호범(18)을 선택했다. 드래프트 지명권을 거래한 팀들의 선택도 눈길을 끌었다. NC는 한화와 SSG로부터 각각 양수 받은 3, 4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은 KIA로부터 양수 받은 1, 4라운드 지명권을 가졌다.
키움은 KIA의 1라운드 지명권으로 콘택트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전주고 내야수 박한결(18)을 선택했다. 4라운드에서도 휘문고 내야수 최재영(18)을 지명해 내야 리빌딩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NC는 손아섭 트레이드로 한화에 얻어낸 지명권으로 이번 드래프트 최고의 좌완으로 평가받는 최요한(18)을 골랐다. SSG에 받은 4라운드로는 경기항공고 김건(18)을 선택해 내야를 보강했다.
전 구단이 모든 지명권을 행사해 키움과 NC는 13명, 한화와 SSG는 10명, KIA는 9명, 이외 구단들은 11명의 선수를 지명했다. 총 110명의 선수가 KBO 리그 구단 유니폼을 입은 가운데, 휘문고와 인천고가 각각 6명씩 지명자를 배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