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연달아 1라운드에 지명된 유신고 센터 라인 신재인(18)과 오재원(18)이 불꽃 튀는 맞대결을 예고했다.
17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털 볼룸에서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경기 지역 명문 유신고등학교가 4년 만에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자를 두 명 배출했다.
먼저 2순위의 NC 다이노스가 3루수 신재인을 선택했고, 잇따라 3순위 한화 이글스가 중견수 오재원을 호명했다. 두 사람은 1학년 때부터 출장 기회를 가져가며 유신고를 강팀으로 만들었다. 올해 봉황대기 4강과 황금사자기 준우승을 함께한 두 사람은 18세 이하 청소년 야구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돼 한국을 세계 4위로 올려놓았다.
공교롭게도 4년 전 유신고 듀오를 선택한 것도 한화와 NC다. 아직 1차 지명 제도가 존재하던 2021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유신고 좌완 김기중(23)이 2순위로 한화, 김주원(23)이 6순위로 NC로 향했다. 엄격히 전면드래프트로만 따지면 이번 신재인-오재원 듀오가 최초다. 1차 지명과 1라운드를 함께 배출한 적이 있으나, 연고를 따지지 않는 전면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자를 2명 이상 내는 것은 의미가 크다.
신재인과 오재원 두 사람의 1라운드 지명, 그것도 전체 2·3순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건 의외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양우진(18·경기항공고)이라는 확실한 2순위 후보가 있었고, 그 외에도 톱5로 분류되는 우완들이 있어 두 명이 모두 5번 안에 나갈 것이라 예측하긴 어려웠다. 그러한 인식을 반영하듯, 현장에서도 NC의 신재인, 한화의 오재원 호명에 웅성거리는 반응이 포착됐다.
두 사람 중에서는 프로에서도 30홈런이 기대되는 장타력과 함께 모든 툴이 높게 평가받는 신재인의 상위 순번 지명이 예상됐다. 어린 시절부터 메이저리그의 관심도 받을 정도로 잠재력이 큰 선수로 평가받았기에, 5순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됐다. 또한 젊은 야수가 많은 NC와 수준급 투수 유망주가 포진한 한화의 특성상 NC가 투수를 지명하고 신재인이 한화로 향하는 예측도 나왔다.
그에 반해 빠른 발이 가장 큰 장점인 오재원은 중견수 포지션의 이점과 발전 가능성에 1라운드에 지명될 수 있는 '야수 2순위'로 분류됐다. 실제로 오재원은 자신의 지명 순위를 2라운드로 예상하고 있었다. 신인드래프트에 가까워지면 상위 지명 선수들은 어느 정도 예상 순번이 나오곤 하는데, 오재원은 주위로부터 "넌 2라운드가 일반적이다"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신재인과 함께 스타뉴스와 만난 오재원은 "2라운드, 특히 한화 순번에 네가 지명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도 한화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드래프트에 가까워질수록 NC가 투수를 선택한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야수 유망주가 필요한 한화의 신재인 선택은 더욱 그럴듯해 보였다. 오재원은 "이렇게 (신)재인이와 1라운드에 나란히 지명될 줄은 몰랐다. 그보단 (주위 반응에) 재인이가 1라운드, 내가 2라운드로 한화에서 같이 뛸 줄 알았다"고 웃어 보였다.
하지만 NC가 해당 순번에서 최고의 잠재력을 지닌 선수에 베팅하면서 신재인이 먼저 창원으로 향했다. NC 임선남 단장은 드래프트 직후 "우리 구단의 드래프트 첫 번째 원칙은 포지션 배분보다 남아 있는 선수 중 최고의 선수를 지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뒤이어 오재원의 높은 성장 가능성과 마땅한 중견수 자원이 없는 현재 로스터에 한화가 전체 3번 지명권을 행사하면서, 유신고 듀오는 확실히 갈라지게 됐다. 한화 구단은 "주력이 우수하고 감각이 좋은 야수 자원과 팀에 부족한 좌완 투수 자원을 우선 보강하겠다는 기본 전략으로 드래프트에 임했다"면서 "최근 중견수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현대야구 트렌드에 맞춰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갖춘 유신고 외야수 오재원 선수를 1라운드에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재인과 오재원은 프로 무대에서 맞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적으로 만날 생각에 웃어 보인 두 사람은 상대 타자로서 어떨 것 같냐는 물음에 절친다운 답변을 내놓았다. 신재인이 먼저 "(오)재원이는 워낙 발이 빨라서 수비 하기 까다로운 타자다"라고 운을 띄었다.
오재원도 "(신)재인이는 다 잘한다. 콘택트도 좋고 힘도 있고 발도 빠르다"고 칭찬하는가 싶더니 "멘탈만 잡으면 된다"고 슬쩍 찔렀다. 이에 신재인은 "무슨 소리, 난 멘탈이 제일 큰 장점이다"라고 황당한 표정으로 오재원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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