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감상 너무나 길었던 부상 공백이 마침내 끝났다. 롯데 자이언츠의 '캡틴' 전준우(39)가 팀을 5위로 올리는 대활약을 펼쳤다.
롯데는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18-2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시즌 전적 65승 65패 6무(승률 0.500)로 5할 승률에 복귀한 롯데는 공동 5위에 복귀했다.
이날 롯데 라인업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전준우가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는 점이다. 그가 선발 라인업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건 무려 45일 만의 일이었다. 주루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그는 재활 중 손목 통증까지 겹쳐 한 달 넘게 1군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후 타격 훈련 등을 소화한 전준우는 지난 1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콜업됐다. 그리고 3일 만에 선발로도 나섰다. 경기 전 김태형 롯데 감독은 "실전이 많진 않았다"면서도 "일단 나가보고 타격감을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타만 나가면 (감 찾기가) 힘드니까 선발 타석을 나가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2회 유격수 플라이로 아웃된 전준우는 이후 방망이의 온도를 높였다. 3-0으로 롯데가 앞서던 3회초 2사 1루에서 그는 NC 선발 라일리 톰슨에게 유격수 쪽 내야안타로 출루에 성공했다. 햄스트링에 이상이 없음을 보여준 안타였다. 상대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을 실시했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5회초 1사 1루에서는 우익수 쪽 안타로 다시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2아웃에서 김민성의 볼넷으로 만루가 된 가운데, 전민재의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면서 전준우는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가 6-1까지 벌어지면서 라일리가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일찌감치 멀티히트를 기록한 전준우는 장타도 빼놓지 않았다. 7-0으로 리드한 6회초 1사 1, 2루에서 나온 전준우는 NC 투수 김재열의 초구 낮은 포크볼을 공략, 좌중간 관중석에 꽂히는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시즌 8호 홈런으로, 무려 79일 만에 나온 귀중한 홈런이었다.
이후 7회 우전안타로 살아나간 전준우는 대주자 최항과 교체되면서 경기를 마쳤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그를 향해 팬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그는 이날 5타수 4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이날 롯데가 23안타를 몰아친 가운데, 전준우는 가장 많은 안타를 신고했다. 김태형 감독도 경기 후 "부상 이후 첫 선발 출전한 주장 전준우가 홈런 포함 4안타로 팀 공격을 이끌며 승리를 가지고 올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난 전준우는 "(선발로 나간다고 했을 때) 똑같았다. 오랜만에 뛰는 거지만, 구단에서 준비해놓은 기계들이 있다. 그런 걸 많이 활용하면서 이질감이 없었다. 많이 보고 활용하다보니 도움이 됐다"며 "재활 경기를 하면서도 빠르다는 느낌을 못 받을 정도였다"고 했다.
전준우는 홈런 상황에 대해서는 "노린다고 나오는 건 아니다. 시즌 때는 정확하게 치기 위해 타격 포인트를 뒤에 뒀고, 지금은 빠른 볼도 많이 보고 하면서 조정하자 생각했다. 다행히 첫 경기에 나와서 운이 좋았다"고 밝혔다.
처음 다쳤던 햄스트링은 괜찮아졌지만, 손목 통증은 전준우를 괴롭혔다. 그는 "너무 안 좋았다. 다리(햄스트링)야 재활을 하다 보면 당연히 좋아진다고 생각했는데, 손목은 아픈 부위(굴곡근건 염증)가 특이한 곳이다. 야구하면서 처음 느낀 통증이어서 당황했다"고 얘기했다. 이어 "세게 치면 통증이 있어서 중단했는데, 다행히 잡혔다"고 했다.
롯데는 현재 치열한 5강 싸움 중이다. 어린 선수가 많은 팀 상황에서 전준우는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는 "본인을 믿어야 한다.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다"며 "다른 거 신경쓰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량보단 정신력이다. 그 차이가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준우 본인도 복귀를 기다렸지만, 그만큼이나 팬들도 애타게 컴백을 바라고 있었다. 그는 "오래 기다리셨을 것 같아서 죄송하다. 팀원들에게 미안했고, 그래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지금부터라도 다시 잡아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만 좋으면 된다. 마지막은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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