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전문가들이 다 우리를 낮게 봤지 않나."
이숭용(54) SSG 랜더스 감독은 30일 키움 히어로즈를 꺾고 정규시즌 3위를 확정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 같이 이야기했다.
시즌 전 5강 후보로 꼽히지 못했던 SSG였으나 올 시즌 놀라운 반전을 써냈다. 단연 외국인 원투 펀치와 리그 최강 불펜에서 그 비결을 찾을 수 있지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들도 있었다. 바로 수비와 포수진, 그리고 주루였다.
불펜은 이미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노경은과 이로운이 나란히 30홀드를 돌파하며 '30홀드 듀오'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고, 조병현은 30세이브 마무리로 안정적인 뒷문을 지켰다. 여기에 올시즌 합류한 김민의 가세로 팀 구원 평균자책점(ERA) 1위(3.34)를 기록하며 흔들림 없는 셋업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투수진이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수비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었다. 지난해 수비 효율(DER) 0.664로 7위에 머물렀던 SSG는 올해 0.693으로 도약하며 리그 1위에 올랐다. 고명준·정준재·안상현 등 신예 야수들이 자리 잡으면서 땅볼 처리율 71.9%, 뜬공 처리율 85.1% 모두 리그 3위에 올랐다. 단순한 수치 상승이 아니라 '투수의 호투를 완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동한 것이다.
안방도 단단해졌다. 조형우의 성장으로 팀 도루 저지 33개를 기록, 리그 3위에 올랐고, 포수진 전체가 와일드 피치를 51개로 묶으며 최소 기록(3위)을 만들어냈다. 실책 하나가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믿을 수 있는 안방'은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었다.
여기에 빠른 발이 팀 야구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정준재와 최지훈을 앞세운 SSG의 주루는 단순한 발빠름을 넘어 전략이 됐다. 팀 도루 127개로 리그 3위에 올랐고, 견제사는 단 3개에 불과했다. 공격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주루는 상대 배터리를 흔드는 보이지 않는 무기였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새롭게 합류한 코칭스태프의 세심한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손시헌 코치는 내야진을 대상으로 타격 훈련 전부터 맞춤형 송구·포구 훈련을 진행하며 수비 안정화를 이끌었다. 윤재국·조동화 코치 역시 주루 파트에서 선수 개개인과 1대1 지도를 이어가며 공격적인 동시에 실속 있는 주루 감각을 심어줬다.또한 베테랑 세리자와 코치는 조형우와 이율예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기초부터 세밀하게 지도하며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줬다.
결국 SSG의 3위는 화려한 타선이 아니라, 강력한 불펜과 그 뒤를 묵묵히 받쳐온 수비·포수·주루의 결합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숫자들이 말해주는 건 SSG가 끝까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힘'에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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