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내내 프로축구 K리그에서 이어지고 있는 심판 판정 논란이 또 나왔다. 이번엔 선두 전북 현대가 오심 논란의 피해팀이 됐다. 명확해 보이는 페널티킥(PK) 기회가 허무하게 날아간 건 물론이고, 극장골 실점 과정에서도 엉뚱한 장면에 대한 온 필드 리뷰만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승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판정들이라 논란도 거세게 이어질 전망이다.
첫 상황은 이랬다.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SK와 전북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32라운드, 전북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39분이었다. 이날 경기는 이동준 심판이 주심으로 경기를 진행했고, 비디오 판독 심판(VAR)은 안재훈, 보조 VAR(AVAR) 역할은 성주경 심판이 각각 맡았다.
전북의 후방 프리킥이 페널티 박스 안 포스트 플레이에 이어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던 전진우에게 연결됐다. 전진우는 절묘한 페인팅으로 수비 한 명을 제친 뒤, 볼을 컨트롤하는 과정에서 제주 수비수 장민규에게 걸려 넘어졌다. 전진우는 발목을 부여잡고 한참 고통을 호소했다. 파울이 선언됐다면 전북에 페널티킥이 주어지는 상황. 그러나 이동준 주심의 휘슬은 불리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는 계속 진행됐고, 이후 판정에 항의하던 거스 포옛 감독이 경고를 받았다.
중계화면을 통해 공개된 느린 화면에는 장민규 파울에 따른 페널티킥 선언이 적절한 판정으로 보였다. 페인팅 직후 볼이 다소 길게 흘렀지만, 전진우는 오른발로 먼저 공을 터치해 공 소유권도 계속 유지했다. 이후 장민규의 발에 전진우의 발목이 걸리는 장면이 뚜렷하게 잡혔고, 접촉 이후 발등을 밟히는 듯한 모습까지 나왔다. 전진우가 PK를 얻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장민규에게 접촉을 시도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이동준 주심은 그러나 이를 PK로 판정하지 않았다. 박스 안 경합 상황을 멀리서 본 터라 정확하게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기 위해 도입된 비디오 판독 심판(VAR) 시스템조차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VAR 프로토콜에 따르면 VAR 심판은 페널티킥 상황에 대해서는 무조건 체크해야 한다. 주심의 명확하고 명백한 실수거나, 중대한 사건을 놓쳤다고 판단되면 이 정보를 주심에게 전달해야 한다. 대신 VAR 심판으로부터 전달받은 정보에 대해 리뷰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건 주심의 몫이다. VAR 심판은 주심에게 리뷰를 권유만 할 수 있다.
만약 VAR 심판이 해당 장면을 제대로 체크하지 않았다면 VAR 프로토콜을 위반한 것이다. VAR 심판은 득점이나 PK, 퇴장, 신원 오인 등 VAR 적용 상황들에 대해서는 가능성 또는 사실 여부를 무조건 체크하도록 돼 있다. VAR 심판이 당시 장면을 체크했는데도 주심의 판정을 명백한 실수로 보지 않았다면 주심에게 따로 알려줄 필요는 없다. 다만 이동준 주심은 물론 VAR 심판마저 당시 장면을 PK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향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를 통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 만약 VAR 심판이 이동준 주심의 판단을 명백한 실수로 보고 이를 이동준 주심에게 전달했는데도 이 주심이 리뷰를 하지 않았다면 자칫 더 큰 문제로 불거질 수도 있다.
오심 논란은 이 장면만이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이 모두 흐른 시점 제주의 마지막 공격 상황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이 나왔다. 남태희가 유리 조나탄의 헤더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속인 뒤 이른바 '극장 동점골'로 연결한 장면이었다. 당시엔 VAR 심판 권유에 따라 온 필드 리뷰가 진행됐다. 다만 남태희에게 마지막 패스를 건넨 유리 조나탄의 공중볼 경합 상황만 그 대상이 됐다. 이동준 주심은 온 필드 리뷰를 거쳐 "유리의 푸싱 (파울이) 없었다"며 제주의 득점을 인정했다.
문제는 유리의 공중볼 경합 장면이 아니었다. 앞서 제주가 전북의 역습을 끊고 공격권을 따낸 시점의 파울 여부가 문제였다. 제주 수비수가 전북 이영재의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수비 끝에 공을 따내면서 공 소유권이 바뀌었고, 이 장면이 결국 제주의 득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VAR 프로토콜상 VAR 심판은 공격팀이 오픈 플레이에서 어떻게 볼의 소유권을 얻었는지를 포함해 득점으로 이어진 공격 과정을 리뷰해야 한다. 유리의 공중볼 경합 상황뿐만 아니라 이 장면 역시도 VAR 판독 대상이 됐어야 했는데, 정작 이 주심의 온 필드 리뷰는 오직 유리의 공중볼 경합 상황만 본 뒤 제주의 득점을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전북은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을 수 있었던 후반 막판 PK 기회가 날아갔고, 후반 추가시간 막판엔 억울할 수밖에 없는 동점골 실점까지 허용한 셈이 됐다. 논란의 여지가 큰 판정들의 연속이 결국 두 팀의 경기 결과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전북이 이날 무승부에도 여전히 K리그 우승이 기정사실인 상황과는 무관하게, 시즌 내내 심판들의 자질과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오심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VAR 시스템이 도입됐는데도 결정적인 오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다.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은 이날 징계를 감수하고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전진우가 당한 파울이 VAR조차 가동되지 않은 것을 두고 공개적으로 비판 메시지를 남겼다. K리그에 온 지 1년도 채 안 된 외국인 사령탑이 K리그 심판과 판정 수준을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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