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추석 연휴 기간 진행된 K리그 경기들에 대한 심판 패널 회의를 진행한다. 오심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지난 3일 제주 SK-전북 현대전 페널티킥 판정도 함께 다뤄질 예정인데, 워낙 논란이 거셌던 터라 정심·오심 판단에 대한 대한축구협회 차원의 '이례적인 발표'가 또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심판위원회는 14일 심판 평가 패널회의를 열고 지난 하나은행 K리그1 32라운드와 K리그2 33·34라운드 등 연휴 기간 다루지 못했던 심판 판정 이슈들을 살펴본다. K리그 운영 주체는 프로축구연맹이지만, 심판 업무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운영 주체가 대한축구협회로 이관됐다. 협회 심판위는 매 라운드가 끝난 뒤 경기별 주요 판정들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추석 연휴로 인해 일정이 다소 늦어졌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단연 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전북전 당시 이동준 주심의 '노 페널티킥' 판정 논란에 대한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판단이다.
당시 전북은 1-0으로 앞서던 후반 39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전진우가 장민규(제주)에게 발목이 밟혀 넘어졌지만 이동준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중계화면을 통해 공개된 느린 화면상에도 접촉은 명확했다. 전진우가 오른발로 먼저 공을 터치해 공 소유권을 계속 유지한 뒤 상대 수비수에 걸려 넘어진 상황이었다. 페널티킥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접촉을 시도한 장면으로 보기에도 어려웠다.
물론 당시 이동준 주심의 위치나 시야 등을 고려했을 때 해당 장면을 정확히 못 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오심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비디오 판독 심판(VAR)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됐는지조차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VAR 심판은 페널티킥 상황에 대해서는 무조건 체크를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주심의 명확하고 명백한 실수거나 중대한 사건을 놓쳤다고 판단되면 이 정보를 주심에게 전달해야 하는 게 VAR 프로토콜이다. 이날 VAR 역할은 안재훈 심판, 보조 VAR(AVAR) 역할은 성주경 심판이 각각 맡았다.
여러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심뿐만 아니라 VAR에서도 해당 장면을 페널티킥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거나, VAR은 페널티킥으로 판단하고 리뷰를 권유했는데도 이를 이동준 주심이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규정상 VAR은 주심에게 리뷰를 권유만 할 수 있고,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건 주심의 몫이다. 혹은 VAR 프로토콜을 어기고 VAR이 해당 장면에 대한 체크 자체를 하지 않은 채 놓쳤을 가능성 또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여러 가능성과 의혹이 제기될 만큼 축구계에선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다.
더구나 단순히 페널티킥 판정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전북은 페널티킥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추가골 기회 역시 날아갔고, 하필이면 추가시간 동점골을 실점하며 제주와 1-1로 비겼다. 페널티킥이 선언됐다고 하더라도 득점을 단정할 순 없으나, 페널티킥이 득점으로 이어지는 확률을 따져보면 경기 결과에까지 영향을 끼친 판정이라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전북의 조기 우승 확정 타이밍이 늦어진 건 물론이고, 제주가 얻은 승점 1이 향후 강등권 경쟁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까지도 있다.
이제 중요한 건 해당 판정에 대한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판단, 그리고 그 판단 결과에 대한 공개 여부다. 심판위에서도 해당 판정을 '정심'으로 판단한다면, 이를 구단과 팬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설명이 필요하다. 명백한 오심이라는 비판이 잇따르는 만큼 명확한 규정과 근거를 통해 반박하면 된다. 반대로 심판위조차 해당 판정이 잘못된 판정이었다고 본다면, 오심이 나온 과정과 배경 등에 대한 해명이 반드시 필요해진 상황이다.
물론 그동안 심판위원회는 심판 패널회의 결과를 관련 공문을 보낸 구단에조차 회신하지 않을 만큼 '불통'에 가까웠다. 사실상 무의미한 절차인 만큼 전북 구단 역시도 해당 판정에 대해 따로 항의 공문 등을 발송하진 않았다. 다만 최근 대한축구협회는 논란이 커진 판정 이슈에 대해 매우 이례적으로 먼저 공개한 사례가 있다. 지난 8월 울산 HD-제주전 득점 장면 당시 오프사이드 논란, 전남 드래곤즈-천안시티전에서 나온 오프사이드 논란이었다. 당시 심판위는 울산-제주전은 정심, 전남-천안전은 기술적 문제에 따른 오심으로 각각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판정 논란에 대한 대한축구협회의 수습과 대응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명백한 오심'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의 이번 오심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이는 해당 판정이 심각한 오심임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을 넘어 가뜩이나 깊어진 국내 심판진과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에 대한 불신만 스스로 더 키우는 꼴이 된다. "오심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반복만 하는 문진희 심판위원장 등의 호소 역시 그 의미가 퇴색되는 건 물론이다.
한편, 당시 경기 후 소셜 미디어(SNS)에 판정을 비판하는 게시글을 올린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은 해당 판정에 대한 정심·오심 여부와 별개로 연맹 차원의 징계는 불가피하다. 연맹 상벌 규정에 따르면 '경기 직후 인터뷰 또는 SNS 등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는 매체를 통한 심판 판정에 대한 부정적 언급'은 5경기 이상 10경기 이하의 출장 정지,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제재금 징계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연맹은 이미 포옛 감독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만약 포옛 감독이 상벌위원회에 회부돼 5경기 이상 출장정지 또는 600만원 이상의 제재금 징계를 받으면, 올해의 감독상 등 개인상 시상 후보에 오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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