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시즌만 되면 흔들리던 그 선수가 맞나. 이제는 사령탑마저 인정한 '가을 사나이'가 됐다. 최원태(28·삼성 라이온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원태는 1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삼성의 선발투수로 등판, 7이닝 4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중반까지 깔끔한 투구는 아니었다. 1회부터 최원태는 1사 후 루이스 리베라토에게 한가운데 실투를 던졌다가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허용했다. 이후 2회부터 5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면서 고비를 맞이했다.
하지만 최원태는 절묘한 코스로 제구가 잘 되면서 한화 타자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여기에 결정적일 때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가는 체인지업과 커터도 일품이었다. 그러면서 피홈런 이후로는 실점을 기록하지 않았다. 타선이 상대 2선발 라이언 와이스에게 5점을 내면서 득점 지원도 제대로 했다.
그러자 힘을 낸 최원태는 6회 노시환-채은성-하주석, 7회 황영묵-이도윤-권광민을 연달아 범타로 처리하며 2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만들었다. 그러자 3루 쪽 삼성 팬들은 "최원태! 최원태!"를 외치며 열띤 함성을 보냈다. 팀도 7-3으로 이기며 최원태는 승리투수가 됐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2차전 승리 후 "(최원태가) 그동안 포스트시즌 약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포스트시즌의 사나이 같다"며 "완벽하게 던져줘서 승리한 것 같다"고 칭찬했다.
박 감독은 최원태의 호투 원인으로 "(포수) 강민호와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다. 게임 들어가기 전부터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커맨드가 좋아졌다. 원태는 볼 변화가 있는 선수라서 구속을 2~3km 줄이고 커맨드에 신경 쓴 게 도움이 됐다"고 얘기했다.
데일리 MVP로 선정된 최원태는 "1승 1패만 되면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겨서 좋다"고 말했다. 호투의 비결을 묻자 그는 "생각을 안하고, (강)민호 형 사인대로 던졌는데 잘 리드해주셔서 그게 비결이다"라고 밝혔다.
호흡을 맞춘 포수 강민호는 "시즌 때는 말을 안 듣고 세게 던지더라. 가을야구에서는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 네모 안에 던지자고 얘기했는데, 그게 2경기 연속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원태도 "나도 고집이 있다. 흥분이 되니까 주체를 못했다. 지금은 주체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내년엔) 말 잘 듣겠다"고 미소를 보였다.
최원태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이어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MVP를 수상하며 도합 2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용처를 묻자 그는 "(강)민호 형한테 밥 한번 사겠다. 처음으로 승리투수도 되고 해서 감사의 의미다. 시간 내주시면 사겠다"고 했는데, 이에 강민호는 "시간은 너무 많다"며 호응했다.
그동안 최원태는 가을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2015년 프로에 입문한 그는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를 거치며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17경기(6선발)에서 승리 없이 2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1.16으로 좋지 않았다. 키움 시절인 2022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SSG 김강민에게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을 맞았고, LG 유니폼을 입고 나간 2023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선발로 나왔다 ⅓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이번 가을에는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6이닝 무실점에 이어 다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최원태는 "(그동안) 너무 못해서 비판을 들을 만했다"며 "(올해는) 즐기자고 해서 즐겼는데 잘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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