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 랜더스 에이스 듀오 드류 앤더슨와 미치 화이트에 이어 한화 이글스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 류현진까지 무너졌다. 수많은 투수들을 무너뜨리며 올 가을 최고의 이변을 써낸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가장 눈부신 투구를 펼쳤던 김광현(37·SSG)의 역투가 새삼 조명되고 있다.
김광현은 이미 한국시리즈에서 5차례나 우승을 경험했고 KBO 최우수선수(MVP)도, 나아가 메이저리그까지 다녀온 한국을 대표하는 대투수다.
그렇기에 최근 두 시즌은 오히려 더 뼈아픈 시간이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는 달성했지만 평균자책점(ERA)이 4.93, 5.00을 기록할 만큼 만족스런 투구를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SSG의 3위는 누구도 쉽게 예상치 못한 결과였는데 거기엔 앤더슨과 화이트의 놀라운 활약이 있었다. 가을야구에서도 당연히 둘의 선전을 기대했지만 둘은 각각 3이닝 3실점, 2이닝 3실점하며 삼성 타선에 고전했다.
가을 경험이 부족한 외국인 투수들의 고전이 이어졌다. 투수 4관왕을 달성한 폰세도 삼성과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선 6이닝 6실점(5자책)하며 무너졌고 와이스도 4이닝 5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백전 노장 류현진도 4이닝 4실점에 그쳤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 선발로 낙점된 김광현에 대한 기대치가 크지 않았지만 혼신의 역투를 펼치며 5이닝 1실점으로 막아냈다. 8회 극적인 동점에도 불펜진이 무너지며 끝내 탈락의 아픔을 겪었지만 김광현의 투구는 큰 울림을 던져줬다.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랜더스페셜 매치-섬곤전'을 앞두고 만난 김광현은 "(삼성이) 잘 치긴 하더라. 그런데 잘 치던 김영웅이 없었고 저도 정말 간절했기 때문에 간절함이 조금이나마 통하지 않았나 싶다"며 "너무 간절했다. 내 탓이라는 생각을 하고 올라갔는데 그날은 더더욱 그런 부담감을 안고 올라갔기 때문에 간절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더 이닝을 끌고 가지 않았던 게 아쉽다. 한 이닝 정도는 더 던졌어야 되지 않나 생각도 든다"면서도 "그런데 사실 저는 3이닝만 던져도 뒤에 화이트 선수도 대기하고 있고 불펜 투수들 전부 다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운드 올라가기 전에는 3이닝만 전력으로 던지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후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김광현의 말 한마디로 시작됐다. 지난 8월 시즌 종료 후 투수와 타자가 역할을 바꿔 진행하는 스페셜매치를 열겠다고 했는데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2만 1000여 관중이 현장을 찾았다. 오태곤팀의 3번 타자 유격수로 나선 김광현은 이날 멀티히트를 날리며 '안산공고 4번 타자'의 위력을 뽐내기도 했다.
김광현은 "일이 너무 커진 것 같다. 작년에 저희들끼리 해서 해서 팬들이 오고 싶어 하셨는데 올해는 초대해서 하자고 얘기가 됐다"며 "이렇게 많이 오실 줄은 몰랐고 일이 커진 것 같다. 그래도 너무 뿌듯하다. (수익금을) 좋은 일에 쓰기로 했는데 많이 도와주시고 선수단이랑 팬분들 이름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돼 뜻 깊다"고 전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은 그 시기였다. 아직 가을야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 김광현은 "내년 시즌에는 더 추울 때 해야 되지 않겠나 싶다. 한국시리즈가 아쉽긴 하다"며 "우리가 해야 될 걸 하는 거지만 가장 첫 번째는 가을에 더 오래 야구를 해야 한다. 성적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 아쉬움을 발판 삼아서 내년에는 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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