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한 소식 중 하나는 단연 윤정환(52) 감독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부임이었다. 강원FC를 프로축구 K리그1 준우승으로 이끌며 K리그 올해의 감독상까지 받았던 사령탑이, 그해 리그 최하위로 K리그2로 강등된 팀의 지휘봉을 잡았기 때문이다.
당시 윤정환 감독은 강원 구단과 재계약 협상이 결렬된 뒤 K리그1 등 다른 감독 부임설이 돌았다. 도민구단 강원의 준우승 돌풍을 이끌면서 지도력을 검증받은 만큼 최상위 무대에서 팀을 지휘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인천 구단도 사상 첫 강등을 극복하기 위해 새 사령탑 물색이 한창이었다. 이런 가운데 돌연 윤 감독의 인천행 소식이 전해졌다. 1부 준우승팀 감독이자 감독상을 받은 사령탑이, 2부로 강등된 팀 지휘봉을 잡는 '깜짝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것이다.
모두를 놀라게 했던 이 선택은 윤정환 감독에게도 '모험수'였다. 자칫 인천의 성공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강원에서 이뤄낸 성과 역시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윤정환 감독 스스로는 인천 감독 부임을 '도전'이라고 했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 당시 "이 도전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가진 열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인천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K리그 역대 6번째 강등 첫 시즌 재승격, 그리고 구단 창단 첫 우승 타이틀까지. 윤정환 감독이 이뤄낸 결실은 그래서 더 의미가 컸다. 인천은 2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경남FC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5 36라운드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리그 우승과 다이렉트 승격 결실을 모두 잡았다. 승점 77점(23승 8무 5패)을 기록한 인천은 2위 수원 삼성(승점 67)과 격차를 10점으로 벌리며 남은 3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조기에 우승·승격 결실을 잡았다. 우승 타이틀은 구단 최초의 역사다.
무고사와 제르소, 이명주 등 강등된 인천의 전력 자체가 워낙 강했지만, 사상 첫 강등 아픔을 겪고 흔들리는 팀을 다잡은 건 결국 윤정환 감독 등 코치진의 힘이었다. 윤 감독은 K리그1에서 오랫동안 수비에만 무게 중심이 쏠려있던 전술 자체에 변화를 줬다. 4-4-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전형 자체에 변화를 주면서 공수 밸런스에 집중했다. 풀백에게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등 세부 전술에도 자신만의 색을 입혔다.
전술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수비는 안정을 찾았고, 전방에서 무고사와 제르소 등이 한 방을 터뜨리면서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특히 3월 15일 서울 이랜드전부터 6월 29일 김포FC전까지, 인천은 8연승과 3연승을 포함해 무려 12승 3무의 무서운 성적을 냈다. 이 과정에서 선두 자리에 오른 인천은, 이후 단 한 번도 이 자리를 내주지 않고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물론 시즌을 치르면서 위기도 적잖았다. 민경현의 입대와 문지환·박경섭·김명순의 부상 등이 이어졌다. 핵심 공격수 무고사의 몸 상태나 바로우의 컨디션이 불안요소로 작용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윤 감독과 인천은 부상 변수에 무너지지 않았다. 중원 공백은 풀백으로 뛰던 최승구의 이동이나 새로 합류한 정원진 카드로 메웠고, 박경섭의 부상 공백은 김건웅 카드로 최소화했다.
냉철한 선수 기용 방식도 통했다. 득점 1위 무고사라 할지라도 선발에서 제외하거나 이른 시간 교체로 빼는 강수를 뒀다. 득점이 절실하던 순간에도 팀 전술에 맞지 않으면 가차 없이 변화를 줬다. 인천에서 오래 뛴 선수들이라 할지라도 전술에 맞지 않으면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대신 신인 박경섭과 최승구 등 어린 선수들을 과감하게 주전으로 썼고, 신진호의 전방 배치 등 변칙 전술도 효과를 봤다. 결국 인천은 이번 시즌 K리그2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윤정환 감독은 지난해 강원을 이끌고 K리그1 준우승을 이끈 데 이어, 올해는 인천의 K리그2 우승과 승격을 지휘한 사령탑이 됐다.
윤정환 감독은 "2부를 선택한 건 저의 몫이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다만 도전이라는 건 항상 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분 좋게 출발했다. 다행히 마지막도 기분 좋게 끝났다"면서 "처음부터 성공할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결국 성공하기 위해 어떻게 과정을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데이 때 '인천 독주는 힘들 것'이라고 다른 감독님들이 말씀하셨다. 그 예상을 깨고 초반부터 선두를 지키면서 지금까지 왔다. 공은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축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축구를 입히면서 좋은 결과까지 얻어낸 것에 대해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모든 선수들과 스태프들, 프런트가 뭉친 덕분이었다. 서포터스와 가족들에게도 고맙다"고 덧붙였다.
주장 이명주는 승격 원동력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진짜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코칭스태프의 힘"이라며 "초반에 안 풀렸을 때 선수들에 맞게끔 포지션을 잡아주셨다. 그러면서 자신감도 점점 차고, 선수들의 플레이가 좋아지다 보니 자신감도 계속 찾았다. 덕분에 시즌 초반 너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걸 생각했을 땐 코칭스태프의 힘이 컸던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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