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로는 지나친 관심을 받는 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더 마음을 힘들 게 할 수도 있다."
33세이브로 이 부문 2위에 올랐지만 가을야구에선 5경기에서 3홈런을 맞고 평균자책점(ERA) 14.72 초라하게 무너졌다. 김서현(21·한화 이글스)이 시련의 가을을 보내고 있다.
류지현(54) 야구 대표팀 감독은 지금 김서현에게 필요한 건 오히려 무관심이라고 강조했다. 시간이 약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류지현 감독은 4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야구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김서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시속 150㎞ 중반대 뱀직구를 뿌리며 타자들을 압도했고 무엇보다 지난해까지 불안정했던 멘탈을 가다듬고 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로 거듭났다. 69경기에서 66이닝 동안 2승 4패 33세이브 2홀드, ERA 3.14로 맹활약했다.
문제는 가을야구였다. 한화는 7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으나 김서현은 힘을 보태지 못했다.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SSG 랜더스전에 세이브 상황에서 하위 타선들에게 연달아 홈런을 내준 영향이 이어졌다. 마지막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면 LG 트윈스와 순위 결정전에 나설 수 있었는데, 김서현의 충격적인 피홈런 두 방에 고개를 떨궜다.
이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졌다.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2경기에서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내는 동안 2피홈런 3실점으로 무너졌고 한국시리즈에서 승리를 거두며 반등하는 듯 했지만 4차전에서 다시 투런 홈런을 맞고 좌절했다.
큰 충격 속에 시즌을 마무리했고 "응원해주신 팬분들, 믿고 기용해주신 감독님, 그리고 한국시리즈까지 같이 올라온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충격을 털어내기도 전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대표팀은 내년 3월 열릴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비하기 위해 오는 8일과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체코, 오는 15일과 16일엔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총 4차례 'K-베이스볼 시리즈'에 나서는데 이를 위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서현에게도 좋은 기회다. 대표팀에서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2024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4경기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다만 상처가 아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류지현 감독의 입장이다. "사람은 때로는 가만히 놔두고 시간을 자연스럽게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저는 자연스럽게 여기 전체 34명과 똑같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현은 선수단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훈련에 참가했다. 가벼운 훈련 과정 속에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시즌 내내 많은 경기에 나섰지만 가을야구에선 무리했다고 보기 어렵다. 상대하기 부담스러운 일본에 비해 눈앞으로 다가온 체코전이 오히려 김서현의 자신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좋은 무대가 될 수도 있다.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뒤늦게 합류한 선수들 가운데에선 누구보다 체코와 2연전 등판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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