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고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않은 KT 위즈 신인들이 대만프로야구(CPBL) 우승팀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쳤다.
KT는 9일 대만 타오위안시의 라쿠텐 타오위안 구장에서 열린 '2025 타오위안 아시아 교류전' 라쿠텐 몽키스와 경기에서 3-6으로 패했다.
이로써 KT는 몽키스, 라쿠텐 골든이글스(일본) 등 3개국 프로팀이 참가한 이번 교류전에서 1무 1패를 기록했다. 앞선 7일 골든이글스전에선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양팀은 쫓고 쫓기며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이강철 감독의 KT는 유준규(중견수)-이강민(유격수)-김건휘(지명타자)-이정훈(좌익수)-김민석(포수)-장준원(2루수)-강민성(1루수)-윤준혁(3루수)-최동희(우익수) 순으로 타선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는 우완 김동현.
이에 맞선 후루쿠보 겐지 감독이 이끄는 몽키스는 허핀스룽(중견수)-장자오훙(지명타자)-쉬허제(유격수)-리진제(1루수)-후이관제(3루수)-동순제(좌익수)-추신(우익수)-마오잉제(포수)-두위펑(2루수)으로 타선을 꾸렸다. 선발 투수는 우완 후이자후이.
본래 취지에 맞게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한 것이 눈에 띄었다. 골든이글스전에 지명타자로 출전했던 이재원을 빼고 3루수를 맡았던 김건휘(2026년 3R)를 지명타자로 돌렸다. 3루수에는 윤준혁이 들어왔다. 이강민(2026년 2R)도 2경기 연속 내야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왜 상위 라운드에 지명받았는지 납득시키는 경기였다. 가장 먼저 전주고 졸업 후 2026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6번으로 지명된 신인 박지훈(18)이 7회말 올라와 ⅔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1몸에 맞는 공 1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선전했다. 박지훈은 팔꿈치 수술 경력에도 최고 시속 150㎞의 높은 회전수를 지닌 직구와 각 좋은 슬라이더로 올해 우완 톱5로 불렸던 선수다. 안정적인 메커니즘과 투구 밸런스로 선발 투수로 더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루 휴식 후 등판한 박지훈은 첫 타자부터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며 주도권을 잡았다. 우타자 몸쪽에도 적극적으로 공을 넣으며 풀카운트를 만들었고,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첫 삼진을 잡았다. 두 번째 타자 상대로는 초구 땅볼을 유도해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며 가볍게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3번째 타자와 승부가 아쉬웠다. 슬라이더로 타이밍을 빼앗으며 빠르게 2스트라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슬라이더가 빠지면서 출루를 허용했고 윤상인과 교체돼 마운드를 떠났다.
김건휘와 이강민은 2경기 연속 안정적인 내야 수비를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였다. 김건휘는 올해 KBO 신인 중 파워에서는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거포 유망주다. 발이 느리지 않아 외야 전향도 가능성이 있다. 꾸준하지 못한 콘택트와 3루 수비로 3라운드까지 밀렸으나, 장타력만큼은 확실히 인정받았다. 이날 김건휘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어깨에 맞아 출루한 김건휘는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몸쪽 공을 침착하게 골라내며 볼넷을 기록, 2출루 경기에 성공했다.
이강민은 KBO 스카우트들로부터 올해 가장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준 고3 유격수 중 하나였다. 빠른 발과 수비 센스로 프로에서도 유격수로 투입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발 유격수로 출전한 이강민은 이날 타석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3회 좋은 타구에도 직선타로 물러난 이강민은 6회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다. 2사 1, 3루 이정훈의 타석에서 이강민이 2루를 훔치는 사이, 3루 주자 유준규가 홈을 밟으며 3-3 동점이 이뤄졌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선발로 나온 김동현은 올해(2025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한 선수다. 지속적으로 성장시켜야 할 선수로, 좋은 투구를 해줘서 가능성을 봤다. 박지훈은 202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선수인데, 기대감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초반 기세는 KT가 좋았다. KT는 2회초 1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김민석이 후속 장준원 안타 때 3루로 나아가며 1, 3루 득점 기회를 잡았다. 이후 강민성의 희생플라이 때 김민석이 홈으로 쇄도하며 1점을 선취했다. 타선이 힘을 내자 1회말 크게 흔들렸던 김동현도 2회말을 삼자범퇴로 마무리하며 깔끔한 피칭을 선보였다. 기세를 잡은 KT는 4회초 선두타자 장준원과 후속타자 강민석의 연속 안타와 윤준혁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최동희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보탰다.
그러나 올해 대만 시리즈 우승팀인 몽키스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0-2로 뒤진 4회말 곧장 반격에 나섰다. 2사 3루 찬스 때 7번 추신이 1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5회말 1사 1루 때 5번 장자오훙이 투런포를 작렬, 3-2 역전에 성공했다.
리드를 빼앗긴 KT는 6회초 집중력을 바짝 끌어올렸다. 2사 1, 3루 이정훈 타석 때 1루 주자 이강민이 2루로 도루하며 시선을 끄는 사이 3루 주자 유준규가 홈을 밟아 3-3 동점을 만들었다.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지만, 포수가 던진 공이 2루수를 빗겨 가면서 KT가 추가점을 내는 데 성공했다.
몽키스는 6회말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2사 1루 대타 류쯔제가 재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8회말 1사 3루 때 추성우의 1타점 적시 2루타로 6-3까지 격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KT는 이 점수를 뒤집지 못하고 끝내 패배했다.
다음은 교류전을 마친 이강철 감독과 일문일답.
총평
- 일본 라쿠텐과 경기에서도 득점권을 살리지 못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오늘 좋은 기회가 생겼을 때 도망가지 못한 게 좀 아쉽다. 몽키스 투수들의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다.
김동현, 박지훈은 대만에는 낯선 선수인데.
- 선발로 나온 김동현은 올해 1라운드에 지명한 선수다. 지속해서 성장시켜야 할 선수다. 오늘 좋은 투구를 해줘서 가능성을 보게 됐다. 박지훈은 2026년 신인드래프트의 1라운드 선수인데, 기대감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몽키스 선수 중 눈에 띈 선수가 있나.
- 투수보다 야수 쪽에서 리드오프로 나온 선수, 홈런 친 선수도 눈에 들어왔다.
대만, 일본 선수들을 비교한다면
- 한 경기로 다 알 순 없지만, 일본야구는 우리가 자주 봐왔다. 대만야구도 난 많이 봐왔다. 팬들도 많이 재미있어하고, 내가 선수일 때처럼 타자들이 빠른 공을 여전히 잘 친다. 1군 선수들을 모두 만난 건 아니라 평가가 조심스럽지만, 변화구에는 아직 약한 모습도 있는 것 같다. 일본야구는 변화구 대처가 좋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대만 야구팬들에게 한마디
- 초청해주신 타오위안시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번 좋은 교류전을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성황리에 잘 마쳤다. 야구는 팬이 있어야 존재한다. 사흘간 많은 팬이 찾아주셔서 좋았다. 재미있게 잘 즐기고 가신 것 같아 기쁘다. 팬분들에게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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