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선수의 폼을 따라해보라는 사령탑의 조언에 갑자기 타격에서 무언가 좋은 느낌이 왔다. 나승엽(23·롯데 자이언츠)이 마무리훈련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나승엽은 15일 롯데의 마무리훈련이 진행 중인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의 오쿠라가하마 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에는 느낌이 세게 왔다. '이거다'라는 걸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덕수고 시절부터 '천재타자'로 이름을 알린 나승엽은 상무 전역 후 지난해 주전 1루수 자리를 차지, 121경기에서 타율 0.312 7홈런 66타점 59득점 OPS 0.880으로 우수한 성적을 냈다. 특히 출루율 0.411로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중 전체 6위로, 그야말로 '출루머신'이었다. 덕분에 프리미어 12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올해 초반에도 그 흐름이 이어졌다. 나승엽은 4월까지 타율 0.289, 7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에서 발전을 이루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73경기에서 그는 단 2홈런을 때려내는 데 그쳤다. 부진 속에 2군으로 가고, 수비훈련 도중 부상까지 당하는 악재가 겹쳤다. 결국 그는 올해 105경기에서 타율 0.229 9홈런 44타점 OPS 0.707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번 시즌을 돌아본 나승엽은 "초반에 좋았을 때는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뭔가 밸런스도 어긋나고 힘으로 하다 보니까 점점 틀어졌다"고 자평했다. 이어 "그런데 똑같이 계속 하고 있으니까 계속 안 됐다"고도 했다. 그는 "장타를 치려고 타격에 들어가면 다 망가지는 것 같다. 타격은 세세하고 예민한 부분인데 하나씩 어긋나니까 전체가 망가졌다"고 얘기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나승엽은 초반에 자꾸 높은 공을 위로 쳐 올리려고 했다"고 얘기했다. 이를 들은 나승엽도 "간결하게 나와야 하는데 힘으로 하려다 보니 타구도 안 좋고 그랬다"고 아쉬워했다.
'2년 차 징크스'나 다름 없는 한 해를 보낸 나승엽은 시즌 종료 후 일본 츠쿠바대학으로 고승민과 함께 건너가 타격 메커니즘 교정에 들어갔다. 그는 "츠쿠바대학에서 많이 배웠고 이병규, 이성곤 코치님도 많이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또한 김태형 감독의 조언도 결정적이었다. 나승엽은 "감독님이 특정 선수 폼을 따라해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 선수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은 나승엽은 "그 선수 폼을 따라하니까 갑지가 뭔가 잘 되더라. 크게 바꾼 것도 아니었다"고 놀라워했다. 이어 "배트도 간결하게 잘 빠져나왔다. 거기서 뭔가 느끼고 코치님들과 엄청 많이 연습해서 느낌이 왔다"고 밝혔다. 그는 "그 전에도 이런 느낌은 없었다"고 확신했다.
나승엽은 올해 수비에서도 실수가 늘어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직도 내가 수비 실수한 걸 못 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또 다시 실수를 하지 않게끔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유연성 증가를 위해 그는 비시즌 필라테스 수강도 알아보고 있다.
"자신감이 붙었다. 타격할 때 확실히 느꼈다"고 말한 나승엽. 결국 이를 다음 시즌까지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그는 "한국에 들어와서도 2~3일 휴식 후 계속 운동할 거다"라고 밝혔다.
나승엽을 도와줄 사람도 있다. 바로 베테랑 전준우다. 그는 "준우 선배님이 전화하셔서 '바로 운동 준비해라. 너는 올해 쉬는 거 없다. 한국 들어오자마자 운동 준비해라'라고 하셨다"며 "바로 운동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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