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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보다 국내 정치가 더 중요한 '축알못' 트럼프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발행: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1994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은 미국 정치가에서도 화제였다. 최종 예선에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들이 대거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당시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는 친미 국가로 분류된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 한국, 그리고 미국의 적성국인 북한과 이란, 이라크가 본선 티켓 2장을 놓고 경쟁했다.


개최국 미국에는 다행스럽게도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비자 발급 문제를 비롯한 대회 참가국과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피할 수 있었다.


31년이 지난 2025년 미국은 북중미 월드컵을 1년 앞두고 국제 외교와 국내 정치 문제 때문에 시끄럽다.


기본적으로 월드컵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미국에 입국해야 할 해외 관광객에 대한 미국 정부의 비자 발급 문제가 자주 거론됐다.


미국 국무부는 18일(한국시간) 월드컵 입장권을 소지하고 있는 외국인의 비자 심사를 먼저 하게 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의 배경은 FIFA(국제축구연맹)가 도널드 트럼프(79)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비자 심사 기간이 현저하게 늘어난 데에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컵 입장권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이 비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경기를 관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나 2018 러시아 월드컵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 두 차례 월드컵에서는 입장권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이 팬 ID를 부여 받아 대회 개최국으로 입국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시애틀 루멘 필드. /AFPBBNews=뉴스1

트럼프 대통령이 월드컵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는 점도 북중미 월드컵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북중미 월드컵 경기장으로 이미 선정돼 있는 시애틀 대신 다른 도시로 개최 구장을 옮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표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시애틀의 높은 범죄율과 관련이 있다. 월드컵의 안전한 개최라는 관점에서 시애틀은 부적격 도시라는 의미다.


하지만 19일 미국 스포츠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트럼프의 시애틀에 대한 경고는 국내 정치용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매체에 따르면 최근 시애틀 시장으로 당선된 민주당 소속의 진보적 정치인 케이티 윌슨(43)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반감과 시애틀에서 미국 정부의 이민자 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 이 같은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이 됐다.


현 시애틀 시장인 브루스 해럴(67)은 18일 지역 언론 '시애틀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시애틀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시애틀의 범죄율은 올해 줄어들었다. 우리는 안전한 월드컵 개최를 위해 매일 열심히 일하고 있는 중"이라고 반박 성명을 냈다.


MLS 시애틀 사운더스 선수들. /AFPBBNews=뉴스1

시애틀은 MLS(메이저리그사커)가 인기를 끄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대표 도시로 손꼽힌다. 시애틀을 연고로 하고 있는 MLS팀 시애틀 사운더스는 MLS컵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으며 2025 시즌 MLS 30개 팀 가운데 평균 관중 수에서 2위(3만 993 명)를 차지한 인기 구단이다.


시애틀 사운더스는 MLS를 넘어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도 컸다.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인 아메리칸 풋볼과 유럽의 문화인 축구와의 협력체제가 시애틀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1996년 NFL(미국프로풋볼)팀 시애틀 시호크스는 새로운 경기장 건설과 관련해 시애틀 시와 갈등을 빚고 있었다. 시호크스는 시애틀 시가 경기장 건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자 LA로 이전할 계획까지 수립했다.


하지만 NFL 열혈 팬이었으며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폴 앨런(1953~2018)이 시애틀 시호크스의 매입을 추진했다. 이때 그는 구단 매입 조건 하나를 달았다. 신축 경기장 건설에 시애틀 시가 3억 달러의 비용을 충당해 주는 게 그의 구단 매입 조건이었다.


시애틀 시는 고심 끝에 신축 경기장 건설에 대한 공공자금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자산규모 세계 7위의 억만장자 앨런이 내건 구단 매입 조건에 대해 시애틀의 여론은 좋지 않았다. 앨런의 제안이 주민투표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았다.


NFL 시애틀 시호크스 선수들. /AFPBBNews=뉴스1

이때 시애틀 지역의 한 변호사는 신축 경기장이 아메리칸 풋볼만이 아니라 축구도 할 수 있는 경기장이 된다면 주민투표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점을 앨런에게 피력했다. 시애틀 인근에는 약 30만 명 가량의 축구 동호인이 있었을 정도로 축구가 성행하고 있다는 게 지역 변호사의 설명이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 앨런은 주민투표에서 승리해 시애틀 시의 지원을 받아 신축 경기장을 지을 수 있었다. 축구 덕분에 주민투표에서 이긴 앨런은 이후 MLS 신생팀 시애틀 사운더스라는 팀의 공동 구단주 역할을 수행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지역 프로 스포츠 산업에 익숙한 시호크스 팀 직원이 2007년 사운더스가 창단할 때까지 지원하도록 배려했다.


이같은 아메리칸 풋볼과 축구의 협력은 시애틀을 미국의 대표적 '축구 도시'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비슷한 이유로 시애틀 시호크스와 사운더스가 함께 사용하는 홈구장 루멘 필드도 북중미 월드컵 개최 장소 중 하나로 선정될 수 있었다.


공존과 화합의 무대가 돼야 할 월드컵을 갈등과 배제의 무대로 만들고 있는 '축알못' 트럼프 대통령의 시애틀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 특히 아쉬운 이유다.


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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