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과감하게 두산 베어스가 투자한 이유. 그의 역할이 팀의 1승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 베어스의 조수행(32)에 관한 이야기다.
올 시즌을 마친 뒤 개인 최초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던 조수행은 지난 18일 계약 소식을 전했다. 두산이 4년 최대 16억원(계약금 6억·연봉 총 8억·인센티브 2억)을 제시했고, 조수행이 받아들이면서 결국 잔류에 성공했다.
어느덧 내년이면 프로 입단 11년차가 되는 조수행. 그는 지난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계약금은 1억 4000만원.
입단 첫해부터 66경기를 뛴 그는 2025시즌까지 통산 905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6(1166타수 298안타) 4홈런 2루타 25개, 3루타 9개, 99타점 281득점, 180도루(39실패) 111볼넷 10몸에 맞는 볼 234삼진, 장타율 0.303, 출루율 0.324의 성적을 거뒀다. 개인 통산 실책은 9개에 불과하다.
2018시즌 119경기를 뛴 그는 다시 3시즌 만인 2021시즌 115경기를 소화하며 1군 선수로 올라섰다. 무엇보다 조수행은 2021시즌부터 5시즌 연속 20도루(KBO 역대 15번째)에 성공하는 등 최고의 주력을 자랑했다. 특히 2024시즌에는 무려 64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도루왕에 등극했다.
통산 도루 성공률은 가히 압도적이라 할 만하다. 조수행의 도루 성공률은 82.2%로 역대 KBO 리그에서 160도루 이상 기록한 선수 중 LA 다저스로 진출한 김혜성(85.1%)의 뒤를 이어 2위에 자리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조수행의 FA 계약 배경에 관해 "KBO 리그 최고의 주력을 갖춘 선수로 다양한 면에서 쓰임새가 크다. 특히 높은 도루 성공률을 바탕으로 팀 공격의 선택지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렇다. 조수행의 가치는 승부처인 경기 후반에 더욱 빛난다. 7~9회에 대주자로 교체 출장하거나, 대타로 나서 단타만 치더라도 상대 내야진은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조수행이 언제 도루를 시도해 한 베이스를 더 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동점 상황 혹은 1점 차 승부 상황에서 조수행의 쓰임새는 더욱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즉 두산 마운드에서 승리를 지켜내는 클로저 김택연이 있다면, 두산의 공격에서는 조수행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한 점 차 승부가 펼쳐지는 경기 후반부에 조수행이 내야를 뒤흔들며 득점할 경우, 두산의 승리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조수행이 팀에 직접적인 승리를 안겨주는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는 뜻. 이게 바로 두산이 조수행의 가치를 인정하고 16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진짜 이유다. 여기에 조수행은 빠른 주력을 바탕으로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수행을 보며 자라고 있는 두산 야수 후배들에게도 큰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과거 '우승 왕조'를 건설했던 두산은 이른바 '오버페이' 없이 그 선수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며 대우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번 조수행의 경우가 그렇다. 비록 대주자와 대수비 역할이 주를 이뤘다고 하더라도 1군에서 계속 살아남으며 팀에 공헌할 경우, 구단이 아낌없는 대우를 해준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조수행은 늘 트레이드 문의를 많이 받았을 정도로 타 구단의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조수행의 입장에서는 '대박 계약'으로 이어진, 두산의 과감한 FA 투자 배경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조수행은 두산과 FA 계약을 마친 뒤 구단을 통해 "프로 생활 동안 FA를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더욱 큰 영광으로 다가온다. 박정원 구단주님과 고영섭 사장님, 김태룡 단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이어 조수행은 "이제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다. 타석에서, 누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이다. 앞장서서 후배들을 잘 이끄는 역할까지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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