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2026시즌 여자프로농구(WKBL)에서 희귀한 장면이 나왔다. 종료 0.7초 만에 승부가 뒤집히는 극적인 결말이 펼쳐졌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게임 클락이 제때 작동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국민은행 스타즈와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경기에서 신한은행은 56-60으로 뒤진 상황에서 홍유순의 3점과 신이슬의 2점으로 61-60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 종료와 함께 결과가 또 뒤집혔다. 단 0.7초가 남은 상황에서 KB는 두 차례 작전타임을 요청해 마지막 공격을 준비했고, 허예은이 사이드라인에서 넣어준 패스를 강이슬이 받아 점프슛을 성공시키며 62-61로 재역전승을 거뒀다. 심판진은 슬로모션을 확인한 뒤 공이 0초가 되기 전에 강이슬의 손에서 떠난 것으로 판단해 득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중계 화면을 통해 드러난 장면은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인바운드 패스가 강이슬에게 전달되는 순간, 게임 클락이 즉시 흐르지 않았다. 강이슬은 패스를 잡은 뒤 오른발–왼발 스텝을 밟아 슛을 던졌지만, 화면 속 클락은 여전히 0.2초가 남아 있었다. 규정상 드로인된 볼이 코트 내 선수에게 최초 터치되는 순간부터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점에서 계시원의 스타트가 지연됐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신한은행에서는 심판 판정에 분노했다. 0.7초 만에 스텝과 슛동작까지 이어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구단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명백한 오심이다. 경기 승패는 바르게 정정돼야 한다"며 "경기가 끝나자마자 중계팀에서 영상을 받았는데, 분명 시간이 흐르지 않은 걸 확인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관계자는 "심판도 분명 경기 중 이상함을 느껴 심판 챌린지를 요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영상을 확인하고도 그냥 경기를 끝내버린 것이 더욱 황당하다"며 이어 "경기의 가장 중요한 1초도 안 되는 상황에서 클락이 정확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건 리그 전체 신뢰 문제다. 경기운영본부가 늘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말로 넘어가는데, 그 사이에 손해 보는 건 결국 팀들"이라고 날을 세웠다.
더불어 해당 관계자는 "심판은 경기를 조금 지연하더라도 정확히 중계 영상을 봤어야 했다. 이를 무시하고 경기를 끝낸 건 이해가 안 된다"며 "해당 장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건 심판의 무능이자 방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WKBL 경기운영본부 역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김영만 경기운영본부장은 통화에서 "금일 오전 신한은행과 KB의 경기에 대해 회의를 진행했다"며 "슬로모션을 프레임 단위로 확인해 보니 계시원의 스타트가 약 0.2초 정도 늦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경기 결과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덧붙여 김 본부장은 "계시원은 터치 순간을 보고 누르는 게 원칙이다. 다만 사람인 이상 반응 속도에 0.1~0.2초 정도 차이가 발생한다. 국제대회에서도 이런 오차는 자주 나온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이의제기에 대해서는 "판정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하지만 공을 잡는 과정에서 샷클락을 누르는 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를 정확히 누르는 건 신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건 강이슬이 슛을 던질 때 손이 공에서 떨어진 시점"이라며 "그 순간 게임 클락에 0.2초가 남아 있었다. 늦게 흐른 0.2초와 공에서 손이 떠날 때 남은 0.2초가 사실상 같아져 결과적으로 샷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0.7초는 점프슛을 하기 충분한 시간이다. 보통 0.3초 이상이면 정상적인 점프슛 동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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