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트릭 위즈덤(34)이 올해 35홈런을 치고도 끝내 KIA 타이거즈와 재계약에 실패했다. 유력한 차기 행선지로 꼽히던 KT 위즈가 위즈덤의 영입을 고려하지 않으면서 KBO 잔류 가능성이 조금 더 낮아진 상태다.
위즈덤은 올해 KIA가 야심 차게 영입한 외국인 타자다.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만 3년 연속 20홈런에 통산 88홈런을 기록한 위즈덤에 KIA도 기대하는 바가 컸다.
유일한 걱정거리는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0.209, 출루율 0.291의 아쉬운 선구안이었다. KIA는 위즈덤의 스트라이크존 안팎의 스윙 비율에 주목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KBO 리그와 메이저리그의 변화구 수준과 평균 직구 구속 차이를 생각하면 콘택트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봤다.
결과부터 말하면 실망스러웠다. KBO 11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6(424타수 100안타) 35홈런 85타점 73득점 3도루, 출루율 0.321 장타율 0.535 OPS 0.856을 기록했다. 52볼넷 142삼진으로 우려되던 선구안에 대한 의구심을 끝내 지우지 못했다. 또한 중심 타자에 요구되는 득점권 타율 역시 0.207로 매우 저조해 결국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행인 건 KIA가 보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KBO 리그 또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생겼다. 현재 삼성 라이온즈가 일찌감치 르윈 디아즈(29)와 재계약을 체결한 것을 제외하면 9개 구단이 외국인 타자를 구하지 않았다. 오스틴 딘(32)과 재계약을 천명한 LG 트윈스를 제외하면 35홈런의 위즈덤은 충분히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었다.
KT는 위즈덤을 고려할 만한 유력한 후보로 여겨졌다. 올해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KT는 공격력 강화와 센터 라인 보강을 최우선 목표로 FA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FA 시장 개장 3주도 되기 전에 포수 한승택(31), 외야수 김현수(37), 최원준(28) 등 외부 FA 3명에 총 108억을 투자하며 큰손으로 거듭났다.
과감한 투자에도 홈런 공동 7위(104개), 장타율 9위(0.369)의 장타력 강화에는 여전히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그랬기에 35홈런의 위즈덤 영입은 좋은 대안으로 여겨졌다. 좌익수 김현수-중견수 최원준-우익수 안현민(22), 백업 김민혁(30), 배정대(30), 장진혁(32)의 탄탄한 외야와 달리, 여전히 내야에 고민이 많은 것도 이유였다.
3루는 주전 허경민(35)이 적절한 체력 안배로 했고, 1루는 올해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1루와 3루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위즈덤이 물망에 오른 것도 그 이유다.
하지만 KT는 위즈덤 영입설에는 조심스레 고개를 가로저었다. KT 구단 관계자는 28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는 내년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는 데 있어 국내 선수와 달리 방망이가 돼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 기존(KBO 리그)에 있던 선수들보다 조금 더 바깥의, 새로운 선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KT로서는 팀 타율 리그 9위(0.253)로 꾸준하지 못한 타선과 밸런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최원준-안현민-김현수를 확실하게 뒷받침하기 위한 콘택트와 타점 생산 능력도 고려해야 했다.
KT 구단 관계자는 "우리가 그동안 내야 혹은 외야 어디를 보강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여러 영입을 통해 선택의 폭이 줄었다. 하지만 타격 쪽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출 수 있었고 외부에서 선수를 찾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몇 안 되는 행선지로 여겨졌던 KT가 불발되면서 위즈덤의 한국 잔류는 더욱 가능성이 낮아졌다. 때마침 미국 매체 '메츠메라이즈드올라인'은 내년 미국으로 복귀할 선수 중 하나로 올해 KBO MVP 코디 폰세(31)와 함께 위즈덤의 이름을 함께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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