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32)이 장수 외인의 길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갔다.
LG 구단은 "2일 오스틴, 요니 치리노스(32), 앤더스 톨허스트(26) 등 외국인 선수 3명 전원과 재계약했다"라고 3일 공식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4년 동행을 확정한 오스틴의 2026시즌 연봉이 총액 17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110만 달러, 인센티브 30만 달러)로 동결돼 눈길을 끌었다. 2025시즌 연봉인 17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12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에서 연봉과 인센티브의 비율만 조정된 수준이다.
올해 오스틴은 부상으로 116경기 출전에 그쳤음에도 지난해(타율 3할-31홈런-132타점)와 비슷한 성적을 냈다. 정규시즌 타율 0.313(425타수 133안타) 31홈런 95타점 82득점 3도루, 출루율 0.393 장타율 0.595 OPS 0.988을 기록했다. 규정 타석을 소화한 올해 LG 타자 중 단연 1위로, 2위 문보경의 OPS 0.831과도 큰 격차다. 리그 전체 타자 중에서도 3위로 르윈 디아즈(삼성)의 1.025, 안현민(KT)의 1.018 외에는 오스틴보다 뛰어난 생산성을 가진 선수는 없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직전 청백전 주루 도중 입은 부상으로 5경기 타율 0.050(20타수 1안타)으로 크게 활약하지 못했다. 그러나 둘째 딸 출산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미국의 가족들에게 가지 않고 이천에 남아 모든 준비 과정을 소화했다는 점에서 LG 구단도 연봉 동결로 화답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외국인들과 재계약을 마친 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외국인 선수들과 계약 과정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스틴은 연봉 동결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고, 톨허스트는 한국에서 조금 더 해보고 미국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이로써 오스틴은 올 시즌 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올해 2월 미국 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난 오스틴은 "팬분들도 잘 알겠지만, 나만큼 LG를 챙기는 선수는 없다. LG 구단도 나만큼 팀을 사랑하는 외국인 선수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가능한 한 LG에 오래 남고 싶다. 또 한국에서 야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되찾은 만큼 한국에서 오래 뛰고 싶은 마음이 있다. KBO 최장수 외인은 내 목표"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남다른 LG 사랑과 팀 퍼스트 정신은 지난해까지 함께했던 케이시 켈리(38)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LG 구단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시즌 간 활약한 켈리가 만든 외국인 선수 문화를 이어가고자 했다. 그런 만큼 기량뿐 아니라 스카우트할 선수의 워크 에식과 평소 행동거지도 꼼꼼히 확인했다.
올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저스틴 던은 2022년부터 LG 외국인 스카우트를 맡으며 오스틴을 한국에 데려오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저스틴 스카우트는 "선수들을 스카우트할 때 다른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한다. 단순히 성격이나 성향뿐 아니라 다른 문화권 선수들과 관계를 통해 적신호가 될 만한 건 없는지도 확인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한국에서 산 경험이 있어 한국 문화가 어떤지 대략 알고 있다. 그래서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 팀 동료, 감독, 구단 직원 등 여러 관계자에게 그 선수가 평소 어떤 선수인지 전부 묻는다. 오스틴 역시 그런 검증 과정을 거쳤고 모든 관계자로부터 그가 '열심히 하는 좋은 사람'이란 결과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오스틴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였다. 저스틴 스카우트는 "기본적으로 평판이 좋았다. 더그아웃에서 파이팅 넘치면서도 겸손했다. 또 선수를 볼 때 이기적인 선수인지 판단해야 하는데 오스틴은 팀 퍼스트 정신을 갖춘 선수였다. 본인만 잘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그를 데려오는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4년 연속 오스틴과 동행은 켈리가 만든 긍정적인 외국인 선수 문화를 이어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올해 8월 급히 합류한 톨허스트가 빠르게 적응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것도 '외국인 캡틴' 오스틴의 도움이 있었다. 오스틴은 그저 자신이 받은 대로 베풀 뿐이라는 입장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오스틴은 "난 벽 보고도 혼자 30분 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 외향적인 성격"이라고 농담하면서도 "내가 처음 왔을 때 오지환, 김현수, 박해민, 박동원 같은 베테랑들이 적응에 많은 도움을 줬다. 켈리 역시 내가 한국 생활과 KBO 리그에 적응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준 친구다. 나도 그걸 이어받아 다른 외국인 선수들이 KBO와 LG에 편하게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려 한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 약속을 지켰다. 오스틴은 이번 계약 소감으로 "내년에 다시 팀에 돌아올 수 있어 기쁘다. LG는 나와 우리 가족에게 집과 같은 곳이다. 구단, 코칭스태프, 팬들께 감사드리며, 2026시즌에는 더 좋은 경기력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좋은 동료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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