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 랜더스로 떠난 두산 베어스 프랜차이즈 스타 김재환(37)이 이적과 관련한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김재환은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내 선택을 두고 많은 비판과 실망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팬분들이 보내주신 모든 말씀과 질책을 절대로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 기대에 어긋난 모습과 선택으로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라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앞선 SSG는 "외야수 김재환과 2년 총액 22억 원(계약금 6억, 연봉 10억, 옵션 6억)에 영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이라는 말을 차마 쓸 수 없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의 허점을 이용한 이례적인 FA 신분이었기 때문.
2025시즌을 끝으로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김재환은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뒤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며 보상금도 보상 선수도 필요 없는 완전한 자유계약 신분이 돼 논란을 빚었다. 이와 관련해 두산 구단은 "지난 2021년 12월 김재환과 FA 계약을 맺을 당시, '4년 계약이 끝난 2025시즌 종료 후 구단(두산)과 우선 협상을 진행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다'는 내용의 옵션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SNS에서 언급한 비판과 질책의 목소리는 이를 두고 한 말이었다. 하지만 김재환의 이적이 큰 반향을 일으킨 건 그가 18시즌 간 두산 팬들의 사랑을 받던 원클럽맨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였다는 점도 있었다.
김재환은 영랑초-상인천중-인천고 졸업 후 2008 KBO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4순위로 입단해 줄곧 두산에서만 뛴 원클럽맨이었다. 드넓은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10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비롯해 통산 276개의 아치를 그렸다. 2018년에는 44홈런 133타점으로 커리어 첫 KBO MVP를 수상했고,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2016년, 2019년)을 이끈 자랑스러운 프랜차이즈였다.
스스로 알고 있기에 자신의 부진한 성적과 팬들의 비판도 더 아프게 다가왔다. 김재환은 2022시즌부터 조금씩 내리막을 걸었다. 기복 있는 활약이 계속됐고, 급기야 강점이던 장타율마저 2023년 0.331, 올해 0.404로 크게 떨어졌다.
김재환은 "두산에서 보낸 지난 몇 년 동안, 저를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에 대해 미안함과 죄책감이 스스로를 더욱 힘들게 했다"라며 "홈런 타자의 모습이 사라진 나를 안타까워해 주시는 팬들, 동료들, 구단 직원분들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나 자신에게 실망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괴로웠다. 더 이상 많은 분께 실망과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하지만 가장 자신 있게 나서야 할 홈구장이 그를 자꾸 움츠러들게 했다. 최근 4년간 김재환의 잠실 성적은 타율 0.236(881타수 208안타) 29홈런 장타율 0.387에 불과했다. 올해도 58경기에서 타율 0.224(174타수 39안타) 3홈런 21타점, 장타율 0.328 OPS(출루율+장타율) 0.695에 그쳤다.
김재환은 "흔들릴 때마다 두산에서 꼭 다시 잘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최근 몇 년간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열심히 만으로는 결과를 바꾸기 어려운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끝에서, 난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도전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리그에서 가장 타자 친화적인 구장 중 하나인 SSG랜더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SSG로서는 놓칠 수 없는 매물이었다. SSG는 "지난 시즌 팀 OPS 리그 8위, 장타율 리그 7위로, OPS 공격력 강화를 핵심 과제로 분석했다"라며 "김재환은 최근 3년간 OPS 0.783, 52홈런을 기록하며 여전히 리그 상위권 파워를 보유한 타자다. 특히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같은 기간 OPS 0.802로 홈구장의 이점을 활용할 경우 지금보다 반등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많은 비판과 비난을 감수하고 한 어려운 선택이었다. 그리고 18년간 함께 울고 웃었던 친정팀 두산이었기에 김재환의 결정은 더욱 조심스러웠다. 김재환은 "두산에서 보낸 18년의 세월은 내 인생 그 자체였다. 11월 내내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할 만큼 고민했고, 내가 힘들 때조차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셨던 팬분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산에서 보낸 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어디에서든 여러분을 다시 마주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마지막으로 내 선택과 과정으로 마음고생하셨을 두산 베어스 동료들과 팬분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 어린 감사와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많이 죄송했다"라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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