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삼성 라이온즈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최형우(42)를 복귀시킨 상황에서 이젠 우승을 위해 안방마님 강민호(40)를 붙잡는 게 급선무가 됐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 21명의 선수 중 12명이 둥지를 찾았다. 6명은 잔류했고 6명은 새 팀을 찾았는데 현재 내부 FA 3명과는 아직 계약을 마무리짓지 못한 삼성은 지난 3일 최형우를 2년 최대 26억원의 조건으로 데려오며 타선을 보강했다.
최형우가 돌아왔지만 우승을 위해선 전력 누수가 없어야 한다. 우완 투수 김태훈과 이승현도 있지만 강민호의 거취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3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는 C등급이다. 지난 시즌 4억원의 연봉을 받아 타 팀에서 그를 데려가기 위해선 직전해 연봉의 150% 6억원의 보상금이 필요하다. 여전히 리그 상위권 기량을 과시하는 포수이기에 연봉에 보상금까지 더하면 적지 않은 규모지만 전력을 즉각적으로 포수 안정화를 원하는 팀이라면 충분히 베팅해볼 수도 있는 수준이다.
그렇기에 강민호 또한 계약을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애가 끓는 건 선수들이다. 올 시즌 빼어난 기량으로 연말 시상식에 열심히 출석하고 있는 원태인(25)과 구자욱(32)이 대표적이다.
강민호는 2018년 2차 FA 때 4년 80억원으로 롯데 자이언츠에서 삼성으로 이적했다. 이후 3번째 FA 때도 4년 36억원에 삼성에 잔류했다. 2015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한 구자욱은 커리어 대부분을 강민호와 보냈고 원태인은 2019년 데뷔 시즌부터 강민호와 호흡을 맞추며 토종 최고 선발로 발돋움했다.
원태인은 지난 8일 일구상 시상식에서 최고 투수상을 수상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 사회자의 질문에 "강민호 형을 정말 신인 때부터 만났기 때문에 제가 이 정도의 투수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분명히 남아 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장님께 부탁을 한 번 드리겠다. 잘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9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로 황금장갑을 받은 구자욱 또한 "민호 형은 다들 아시다시피 모두가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어디 가실 생각은 안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제가 민호 형이랑 대화를 정말 많이 하는데 삼성을 너무나 사랑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분명히 안 떠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단도 믿고, 민호 형도 믿고 있다. 다른 데 안 가실 거라고 저랑 약속했다"고 말했다.
삼성 또한 강민호 잔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종열 단장은 9일 오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내부 FA 관련해서 계속 협상 진행을 하고 있고 거의 다 됐다. 하지만 마지막이 잘 되지 않고 있다"며 "김태훈 선수 역시 (협상이) 거의 다 됐고, 강민호 선수 역시 시급하다. 모두 빨리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삼성은 앞서 트레이드로 박세혁(35)을 영입한 데 이어 2차 드래프트로 장승현(31)까지 데려왔다. 강민호의 이탈에 대비한 것 아니냐, 나아가 강민호와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강민호 이후를 대비했던 삼성이지만 이렇다 할 확실한 후계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만큼 여전히 강민호의 존재감이 뛰어나고 쓸 만한 포수를 찾기가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세혁과 장승현 역시 경험이 많지만 강민호의 완벽한 대체자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지만 여전히 최선의 시나리오는 강민호 잔류다. 동료들도, 팬들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나섰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삼성으로서 강민호보다 좋은 카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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