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에도 역시 오타니 쇼헤이(31·일본·LA 다저스)가 전 세계 스포츠 천하통일을 이뤘다. '골프 전설' 타이거 우즈(50·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미국 AP통신은 10일(한국시간) "오타니가 또 다른 전설 대열에 합류했다"며 "AP 선정 올해의 남자 선수상을 4번째로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오타니는 사이클의 랜스 암스트롱, 골프의 타이거 우즈, 농구의 르브론 제임스(41·미국·LA 레이커스)와 함께 역대 최다인 4회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특정 언론사에서 선정하는 주관하는 것이긴 하지만 종목을 망라해 한 명의 선수를 뽑는 것이기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오타니는 이도류로 맹활약했던 2021년과 2023년, 지명타자로만 뛰면서도 역대 최초 50-50을 달성했던 지난해 메이저리그(MLB)에서 만장일치를 받을 때마다 AP 올해의 남자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그 기분 좋은 징크스는 이번에도 이어졌다.
올 시즌 이도류로 복귀한 오타니는 투수로 평균자책점(ERA) 2.87로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해 14경기에 나서 1승 1패에 그쳤다. 그러나 타자로는 158경기에 나서 타율 0.282 55홈런 102타점 146득점 20도루, 출루율 0.392, 장타율 0.622, OPS(출루율+장타율) 1.014를 기록했다. MLB를 통틀어 득점은 전체 1위, 장타율은 내셔널리그 1위에 오르는 등 타격 지표 전반에서 상위권을 장식했다.
포스트시즌 활약도 빛났다. 특히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그는 6이닝 무실점 10탈삼진 호투를 펼쳤는데 타석에선 3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다저스를 월드시리즈로 이끌고 시리즈 MVP에 등극했다.
오타니는 총 47표 가운데 29표를 얻었다. 스웨덴 장대높이뛰기 선수이자 세계선수권에서 3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올해에만 4차례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운 아먼드 듀플랜티스가 5표를 받아 2위에 올랐다. 메이저대회인 프랑스 오픈과 US 오픈에서 모두 정상에 오른 테니스 스타 카를로스 알카라스(22·스페인)는 4표로 3위에 올랐다.
오타니는 수상 후 AP와 인터뷰에서 "이 상을 여러 번 받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라며 "작년에 이 상을 다시 받고 싶다고 말했는데 내년에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스스로도 자신의 활약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오타니는 "가끔은 제가 잘한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며 "운동 선수라면 누구나 그런 감정을 경험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세계 스포츠계에 불러온 영향력도 상당하다. AP는 "오타니의 존재는 MLB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며 "이번 월드시리즈 7차전은 일본에서 평균 1310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하며 일본 단일 방송사 역사상 월드시리즈 경기 최다 시청자 기록을 세웠고 전 세계적으로는 5100만 명이 시청해 1991년 월드시리즈 7차전 이후 최다 시청자 기록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더 올라갈 곳이 없어 보일 정도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오타니지만 여전히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목표가 높을수록 해야 할 일도 많아지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아진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현재 위치에 만족한다면 노력 없이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목표를 높게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931년 제정된 이 상은 한 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스포츠 스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상으로 남녀를 통틀어서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6회 수상에 빛나는 베이브 디드릭슨 자하리아스(미국)가 최다 수상 영예를 안고 있다. 1932년 LA 올림픽에서 80m 허들과 창던지기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차지한 그는 이후 골프선수로 변신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도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전설적인 인물로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직 30대 초반에 불과한 오타니가 남자 최다 수상을 넘어 역대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올 시즌 이도류로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던 오타니는 내년 투수로 더욱 인상 깊은 활약이 기대되는 만큼 3년 연속 수상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도류'는 오타니의 상징이자 가치를 더 빛나게 해주는 무기다. 그는 "은퇴하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투타 겸업을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3월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으로 나서는 오타니는 "투수를 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대회 출전 허가는 받았지만 얼마나, 어떤 역할을 맡을지, 타격은 어떻게 할지 등은 앞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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