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이후 판세를 분석하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개최국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덴마크·체코·아일랜드·북마케도니아가 속한 유럽축구연맹(UEFA) 플레이오프 패스 D 승자와 A조에 속했다. 표면상 포트별 강팀들을 다 피한 모양새지만, 바꿔 말하면 서로가 물고 물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을 비롯해 A조 각 팀들의 전망이 제각각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12일(한국시간) 국내에서 크게 화제가 된 전망은 미국축구 레전드 랜던 도노번(43)의 '한국 A조 1위 전망'이었다. 도노번은 미국 폭스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멕시코 대표팀은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A조 1위는 한국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평소 멕시코 축구에 대한 그의 부정적인 견해가 밑바탕에 깔린 전망이지만, 멕시코의 부진과 맞물려 한국을 조 1위 전력으로 평가한 건 긍정적인 일이다. 도노번은 157경기 57골로 각각 미국 역대 A매치 최다 출전 2위, 최다 득점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레전드'다.
개최국 이점이 뚜렷한 데다 FIFA 랭킹도 A조에서 가장 높은 15위지만, 멕시코가 A조를 유리하게 끌고 가지 못할 거란 전망은 또 나왔다. 같은 날 미국 매체 더스코어는 A조 판세를 분석하면서 덴마크의 UEFA PO 패스 D 통과를 전제로 덴마크와 한국, 멕시코, 남아공 순으로 A조 순위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덴마크와 한국이 각각 조 1위와 2위로 32강에 직행할 거란 예상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멕시코 수비진을 괴롭히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전망은 글로벌 축구 매체 골닷컴이 이번 대회 다크호스 6개 팀을 추리면서 한국을 4위로 선정한 것과도 흐름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골닷컴은 "월드컵마다 늘 이변을 연출하는 팀이었다. 대부분 포지션에 훌륭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면서 콜롬비아와 노르웨이, 일본에 이어 다크호스 4위로 꼽았다. 예상밖의 성적을 거둘 수도 있는 전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ESPN 역시도 한국이 조 2위로 32강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 NBC 스포츠는 A조 판세를 분석하면서 한국을 멕시코, UEFA PO 패스 D 승자에 이어 조 3위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나마 이번 대회는 12개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상위 8개 팀도 32강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는데, 한국은 32강에 직행하진 못하더라도 이 루트를 통해 조별리그를 통과할 것으로 매체는 내다봤다.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한 전망에서 한국의 '조 3위' 예측이 이어졌다. 영국 기브미스포츠는 한국이 승점 4점(1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조 3위에 머무르지만, 다른 조 3위 팀들과 성적 비교에서 앞서 32강에는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축구 통계 분석 매체 풋볼 미츠 데이터도 한국을 조 3위 전력으로 평가하면서도 평균 4.2점의 승점을 쌓아 32강에는 진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A조 32강 토너먼트 진출 확률은 멕시코 92%로 가장 높았고, UEFA PO 패스 D 승자가 78%, 한국이 76%로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한국은 물론 개최국이자 톱시드 팀인 멕시코를 향한 전망까지 매체별로 크게 갈리는 분위기다. 어느 정도는 1~2강 체제가 뚜렷하고, 32강 진출 팀이나 순위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다른 조 판세와 달리 유독 A조는 1강이 없는 사실상 죽음의 조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UEFA PO에서 어떤 팀이 살아남느냐, FIFA 랭킹은 가장 낮지만(61위) 사실상 미지의 상대인 남아공의 전력이나 경기력은 어떠한지 등 앞으로 조 판도를 흔들 변수들이 적지 않다.
미국의 한 매체가 "이상한 방식으로 조별리그가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 건 A조 판세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국 더 블레이징 머스킷은 "1위팀 승점이 5점(1승 2무)이거나 2위와 3위가 4점(1승 1무 1패) 동률을 이룰 수도 있다. 조별리그 6경기 중 4~5경기가 무승부로 끝날 수도 있는 조"라고 A조를 평가했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을 예상하는 시선까지는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일 수 있으나, 조 판세가 실제 초박빙 양상으로 흐를 경우 이른바 죽음의 조에서 늘 나오는 희생양이 한국이 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 추첨식과 베이스캠프 후보지 답사를 마치고 12일 귀국한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에서 쉬운 조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보이는 조는 있겠고, 포트2에 속해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절대 쉬운 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가를 수 있다. 철저하게 준비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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