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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만든' 수비상 의미도 퇴색될 판, 지명타자도 받는 이상한 '골든글러브' 언제쯤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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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기자
202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각 부문 시상자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2025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각 부문 시상자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올해로 44년 역사를 맞은 한국 KBO 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2025시즌을 마무리했다.


대미를 장식하는 시상식답게 최고의 선수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양의지(두산)이 2년 만에 골든글러브를 탈환하며 역대 최다 수상 타이기록을 만들었다. 최고령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된 지명타자 최형우(삼성)는 감동의 수상 소감을 남겼다. 1루수 르윈 디아즈(삼성), 2루수 신민재(LG), 유격수 김주원(NC), 3루수 송성문(키움), 안현민(KT) 등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기도 했다.


아쉬운 지점도 몇 가지 있었다. 지명타자 부문이 한 예다. 올해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부문은 최형우(삼성)와 강백호(한화) 두 사람만이 후보 자격을 충족했다. 최근 지명타자를 주전 선수들의 휴식, 타격이 좋은 어린 선수들의 기용 등으로 폭넓게 활용되면서 수상 기준에 맞는 최소한의 타석도 채우기 어려워지고 있다. 변화하는 흐름에 기준을 조금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더 나아가 골든글러브를 이제라도 재정립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기 중 글러브 쥘 일이 없는 지명타자가 황금 장갑을 받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 이는 골든글러브와 베스트10 시상식이 통합된 1984년 이후 꾸준히 제기된, KBO의 케케묵은 과제이기도 하다. 2023년 KBO 수비상이 신설된 뒤로는 더욱 명분을 얻고 있다.


2025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실버슬러거 수상자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현행 한국 KBO 리그 골든글러브(Golden Glove)는 미국 메이저리그(ML)의 골드글러브(Gold Glove)와 성격이 다르다. KBO 리그의 골든글러브는 공격과 수비를 함께 판단해 해당 포지션 최고의 선수를 뽑는다. 일본프로야구(NPB)의 베스트9과 비슷하다. 메이저리그의 골드글러브가 오로지 수비로만 평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메이저리그는 실버슬러거(Silver Slugger)로 타격, 골드글러브로 수비를 분리해 따로 평가한다. 따라서 메이저리그에서 지명타자는 실버슬러거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다.


KBO 리그도 처음에는 공격과 수비를 나눠서 평가했다. 프로 원년인 1982년과 1983년 골든글러브는 오로지 수비로만 평가했다. 같은 기간 포지션 별 최고의 선수를 뽑는 지금 골든글러브 위치의 상은 베스트 10이었다. 이때 지명타자들은 골든글러브가 아닌 베스트 10에서만 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1984년부터 골든글러브에 수비 항목을 넣기 시작했고, 얼렁뚱땅 지명타자도 평가 포지션에 넣은 채 베스트 10을 통폐합시켰다.


이후 수비의 가치는 화려한 공격 지표에 간단히 매몰됐다. 직관적이고 공개된 공격 지표와 달리 수비는 수치화가 늦었다. 그마저도 공개되지 않아 평가자들의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웠다. 자연스레 골든글러브는 수비가 평가 항목에 들어감에도 타격을 잘하는 선수에게 쏠렸다. 꾸준히 수비를 따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뒤늦게 KBO는 2023년에 수비상을 신설한다. 왜 골든글러브 제도를 손보지 않고 새롭게 수비상을 추가했을까.


이에 KBO 구단 관계자 A는 1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예전에 한번 골든글러브를 (원년처럼) 수비상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골든글러브 자체가 지금의 규정으로 워낙 오랜 기간 치러졌기 때문에 변경하기 쉽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감독상이든 불펜상이든 추가하는 건 쉽지만, 40년 된 시상식을 다시 또 바꾸기란 KBO로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삼성 신민재가 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하지만 신설된 수비상은 기대와 달리 좀처럼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납득하기 힘든 수비상 선정 기준이 이유다. KBO 수비상은 수비 지표(25%)와 구단별 투표인단(감독 1명, 코치 9명, 단장 1명)의 선정 투표(75%)를 합친 총점으로 우위를 가린다.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가 수비 지표 25%와 각 리그의 감독, 코치들의 투표 75%를 합쳐 내는 것을 본뜬 것이다.


메이저리그와 비슷하게 수를 맞춘 투표인단의 신뢰도는 일단 논외로 해도 수비 지표도 쉽게 신뢰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골든글러브 선정에 활용되는 수비 지표는 비공개라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알 길이 없다. 수비 지표 자체의 불완전성은 또 다른 이야기다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에 활용되는 미국야구 연구학회(SABR)의 SDI(SABR Defendensive Index) 지표가 홈페이지를 통해 시즌 중 매월 업데이트돼 공개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비율이 적은 탓에(25%) SDI 지표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골드글러브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팬들은 대략적인 흐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수상하지 못한다 해도 현장과 세이버메트릭스 사이 괴리를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수비상 3년 차인 올해, 신민재(LG)의 수비 지표가 논란이 됐다. 올해 신민재는 수비상 현장 투표에서는 1위를 기록했지만, 수비 지표 점수에서 크게 뒤처져 박민우(NC)에게 총점에서 2위로 밀렸다. 2025년 신민재는 수비 지표 8.93점(UZR 3.57, 공식기록 5.36)을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신민재는 수비 지표 19.64점(UZR 12.50점, 공식기록 7.14점)으로 최종 후보 3인 중 단연 톱을 달린 선수였다. 현장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1년 만에 수비 지표가 요동친 것. 팬들의 의혹을 부른 부분이다.


KBO 관계자는 수비 지표 공개에 대한 질의에 "못할 건 없다. 사실 지금까진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아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공개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라고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LG 신민재가 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골든글러브 정상화를 통한 수비의 중요성과 재평가는 현장에서도 꾸준히 요구됐던 사항이다. KBO 구단 관계자 B는 "타격 성적이 들어간 골든글러브는 예전부터 어불성설이라 생각했다. 매번 수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그 가치를 제대로 보거나 인정하려는 노력이 없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아직 우리 리그가 이런 쪽에서는 발전이 더딘 것 같다. 매번 말로만 수비를 인정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실버슬러거로 골든글러브에서 타격을 분리하든 해서 수비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지금 만든 수비상의 권위도 더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골든글러브에서 수비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서는 기껏 만든 KBO 수비상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이라는 의미다. 올해 KBO 리그는 정규시즌 1231만 2519명을 동원하며 2년 연속 천만관중을 달성했다. 이는 한국 프로스포츠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성과다. 그 인기의 비결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피치 클락 도입 등 시대의 흐름에 맞춰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추구한 것이 꼽힌다. 하지만 정작 최고 권위의 시상식만큼은 변화를 거부한 채 여전히 40년 전에 머물러 있다.


KBO 관계자는 타격과 수비를 분리해 시상하는 안에 "당연히 일리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공개적인 의제로 다뤄진 적은 없지만, 지금은 그런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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