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5년째. 인천 대한항공의 크리스마스 맞이는 올해도 빠지지 않았다. 유니폼은 한층 더 발전했고 특별 이벤트까지 기획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한항공은 1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한국전력과 진에어 2025~2026 V리그 홈경기에서 크리스마스 특별 이벤트를 열었다.
다소 이른 크리스마스였지만 이날은 올해 대한항공의 마지막 홈경기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에 가장 가까운 홈경기를 맞아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사인공 150여개를 엮어 특별한 트리를 만들었고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크리스마스 특별 에디션 유니폼을 착용하고 나섰다. 경기장 곳곳엔 선수들의 얼굴이 새겨진 패널이 세워졌고 눈사람과 산타 인형 장식도 경기장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끌어올렸다.
대한항공은 2021년 성탄 때부터 선수들에게 특별 유니폼을 입었다. 관중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남겨주겠다는 의도로 시작된 이벤트는 해마다 발전했다. 올해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미리 힌트를 주며 관심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과거 다소 익살스러운 유니폼에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던 선수는 이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이벤트를 반겼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선물을 잔뜩 실은 특별 카트가 경기장에 등장했고 주장 정지석이 뒤에 올라타 관중들의 박수를 자아냈다.
선수단은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연 '호두까기 인형'의 병정을 모티브로 만든 옷을 입고 나섰고 코치진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케하는 요정으로 변신했다. 화려하게 입장한 선수단은 관중들에게 선물을 선사했다.
경기에서도 대한항공은 압도적이었다. 크리스마스 에디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더 펄펄 날았고 셧아웃 승리로 선두를 더욱 굳건히 지켰다.
경기 후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하는 폭죽을 터뜨려 더욱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특별 이벤트로 모든 관중들이 코트로 내려와 선수단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몇 년째 이어오고 있는 대한항공의 크리스마스 전통 행사가 됐지만 헤난 달 조토(65) 감독에겐 생소하기만 한 문화였다. 그럼에도 65세 노감독은 흔쾌히 깜찍한 요정으로 변신했다.
헤난 감독은 "신기한 경험이다. 브라질에선 크리스마스가 큰 연내 행사 중 하나인데 다른 리그엔 이런 것이 없다"며 "한국에선 이런 행사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게 좋은 것 같다. 크리스마스 기억을 더 특별하게, 관중들에게도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니폼에 대해선 "모든 팀 구성원들이 입었을 때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에겐 상징과 같은 것"이라며 관중들의 즐거워하는 표정을 본 그는 "많이 웃더라. 이런 게 사람 사는 냄새"라고 미소를 지었다.
경기 전부터 가장 바쁘게 이벤트에 참여했던 주장 정지석(30)은 "이런 이벤트는 팬들이 좋아하시고 볼거리도 있고 하니 경기에 이기는 게 우선이고 어수선해질까봐 카트를 안타겠다고 할까도 했는데 선수단 대표로 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영광이 또 어디 있을까 싶었다. 프로니까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니 즐기려고 했다. 내렸을 때엔 다시 (경기) 분위기에 맞게 돌아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디자인의 유니폼이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 특유의 화려한 분위기로 어린 팬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디자인이다. 평소 볼 수 없는 선수들의 유니폼이기에 팬들의 반응은 매년 매우 뜨겁다.
정지석도 "구단에서 고심해서 낸 디자인이니까 괜찮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알록달록한 걸 좋아하진 않지만 크리스마스라 노력해서 입었고 만족한다"며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팬들은 '저게 뭐냐'고도 하지만 오늘 있었던 일을 내년에도 추억할 수 있게 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1년에 단 하루 뿐인 날이다. 유니폼도 이날을 위해 한 번만 착용한다. 그럼에도 많은 시간과 어느 때보다도 많은 돈을 투자했다. 왜 이렇게 크리스마스 이벤트에 진심인걸까. 대한항공 관계자는 "재미있지 않나"라고 짧게 답했다. 일년에 하루 만큼이라도 팬들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흥미를 안겨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다는 것이다. 프로는 팬이 있어 존재한다. 대한항공 구단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1년에 단 하루 뿐인 날이지만 흥미로운 볼거리를 선사하기 위해 매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내년 유니폼 구상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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