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예요? 전혀 몰랐어요. 맞아요?"
클럽하우스 리더 황재균(38)의 때아닌 은퇴에 충격을 받은 건 KT 위즈 선수단도 마찬가지였다. 황재균의 은퇴 소식이 전해진 현장에서는 팬들 못지않게 선수들도 허탈한 속내를 쉽게 감추지 못했다.
KT 선수단은 19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원특례시에 위치한 수원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14회 수원 사랑의 산타 행사에 참여했다. 선수 중에서는 허경민, 오윤석, 장준원, 한차현, 조대현, 손동현, 소형준, 오원석, 박영현, 안현민, 원상현 등 총 11명이 참석했다. 행사 참여 선수들이 오후 1시 30분 무렵 구장에 모여 수원시청으로 떠날 무렵, 황재균은 수원KT위즈파크에 방문해 직접 은퇴 의사를 밝혔다.
미리 눈치를 챘든 아니든 믿기지 않는 소식인 건 마찬가지였다. 올해 황재균은 다시 주전 경쟁 상황에 놓였음에도 정규시즌 112경기 타율 0.275(385타수 106안타) 7홈런 48타점 50득점 3도루, 출루율 0.336 장타율 0.379 OPS 0.715로 경쟁력을 입증했기 때문. 또한 FA 신분임에도 KT 팬들에게 인사드려야 한다는 이유 하나로 장성우(35)와 함께 직접 팬 페스티벌도 참가했던 황재균이었기에 갑작스러운 은퇴로 느껴질 법도 했다.
오윤석(33)도 그중 하나였다. 오윤석은 2014~2016년 롯데 자이언츠, 2021년부터 KT에서 또 5년 등 총 8년을 황재균과 한솥밥을 먹었다. 현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오윤석은 "어제(18일) (황)재균이 형이 직접 전화가 와서 '너 내일(19일) 야구장 오냐?'라고 하시더라. 지금 생각하면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하신 것 같다. 살짝 귀띔도 해주시긴 했는데 그저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와서 보니 정말이었다"라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많이 아쉽다. 모든 순간이 아쉽다. 적어도 올해는 아닐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은퇴하시니까 허탈하다. 정말 많이 믿고 의지하던 선배가 없어진다 생각하니 아쉽다는 말이 맴돈다"라고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황재균은 유한준-박경수 코치의 뒤를 잇는 대표적인 클럽하우스 리더로 꼽힌다. KBO 역대 7번째 14시즌 연속 100안타와 20년의 프로 생활에서 보이듯 철저한 자기 관리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다.
오윤석은 "(황)재균이 형은 프로 선수의 표본이라고 보면 된다. 자기 관리부터 운동하는 모습까지, 나 스스로 의심이 들 때마다 재균이 형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후배들을 옆에서 보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재균이 형, (박)경수 코치님, (유)한준 코치님 등 많이 이끌어주신 선배들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걸 보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팀원들도 기댈 수 있는 형들이 떠난다는 생각에 많이 아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적 지주를 잃은 허탈감은 5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이 끝난 올 시즌 결과 못지않았다는 전언이다. 절친한 동생이었던 허경민은 "1년이라도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 정말 컸다. (황)재균이 형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어느 선수도 쉽게 갈 수 없는 길이었다. 수없이 노력해 그 위치까지 올라간 형이기에 고생 많으셨다고 하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어린 후배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2020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T에 입단한 소형준은 황재균과 6년을 함께했다. 소형준은 "내가 신인 때부터 항상 든든하게 내야를 지켜주신 선배다. 잘할 때는 칭찬을 많이 해주시고 안 될 때는 따끔하게 얘기도 해주셨던 선배님인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선배님의 야구를 보면서 자랐다. 한 팀에서 뛸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는데 이렇게 은퇴하신다고 해서 아쉽다"고 KT 후배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오원석은 오후 2시부터 숨 가쁘게 진행된 팬 사인회에 이 소식을 뒤늦게 접한 선수 중 하나다. 황재균의 은퇴를 쉽게 믿지 않은 그는 즉각 감사했던 마음을 나타냈다. 야수조와 투수조는 루틴이 달라 많이 친해지기 어려움에도 황재균은 그 경계를 쉽게 허무는 선배였다.
오원석은 "선배님이 은퇴하실 줄은 전혀 몰랐다. 사실 야수는 루틴이 달라 말할 기회가 많이 없는데 (황)재균 선배님은 항상 먼저 다가와 주셨다. 새해 들어 이 팀에 왔는데 선배님이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다가와 주셔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정말 아쉽다. 그래도 선배님이 어렵게 선택하신 길이니,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 재균 선배님의 제2의 인생도 잘 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날 개인 사정으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고영표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항상 팀에 헌신하고 힘든 내색하지 않고 경기에 나가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 (황)재균이 형! 감사했어요. 정말 고생 많았어요. 너무너무 아쉽네요. 항상 응원할게요"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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