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다. 기예르모 에레디아(34·SSG 랜더스)에게 적합한 표현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이만큼 확실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타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SSG 구단은 29일 "외국인 투수 미치 화이트(31)와 총액 12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 타자 에레디아와 총액 13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진출 가능성이 열려 있었던 화이트도 남게 됐고 후반기 엄청난 타격 페이스를 보여준 에레디아까지 잔류하며 그 자체로 전력 보강 효과를 누렸다. 드류 앤더슨(31·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이 떠난 자리는 드류 버하겐(35)이 메우며 외국인 구성을 마무리하게 됐다.
2023년 처음 SSG 유니폼을 입은 에레디아는 타율 0.323으로 확실한 강점을 자랑했지만 12홈런 장타율 0.461의 장타력이 다소 아쉬웠다. SSG가 재계약을 망설였던 이유이기도 했다.
2024년 타율 0.360으로 타격왕에 올랐고 최다안타 2위(195개)와 함께 21홈런 118타점으로 아쉬움을 완벽히 털어내 2025년에도 SSG에 머물게 됐다.
불의의 부상으로 6월까지 타율 0.287로 상대적으로 부침에 빠지기도 했지만 후반기 53경기에서 타율 0.391로 뜨거운 타격감을 뽐내며 SSG를 3위로 이끌었다. 지난 시즌과 달리 13홈런에 그치며 장타력에 있어선 아쉬움도 나타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SSG는 올 시즌 팀 타율 8위(0.256)에 머물렀다. 득점권 타율은 9위(0.253)였다. 결정적 한 방도 중요하지만 클러치 상황에서 해결해줄 타자가 더 절실했다.
그만큼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이 더 생겨난 것도 에레디아를 눌러 앉힐 수 있는 이유였다. 최정이 극심한 부진을 겪었지만 여전히 팀 내 최다 홈런(23개) 타자로 존재감을 뽐냈고 고명준(17홈런)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여기에 시즌 막판 뜨거운 폭발력을 보여준 류효승(29)과 이율예(19)도 더 자신 있게 에레디아와 재계약을 가능케 해줬다.
여기에 스토브리그에서 데려온 자유계약선수(FA) 김재환(37)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올 시즌 13홈런에 그쳤지만 잠실 홈런왕 출신인 그는 통산 276홈런을 날린 리그 내 대표적인 장타자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교타자지만 장타력이 부족한 에레디아와 4번째 동행을 선택할 수 있는 확실한 계기가 됐다. 더불어 올 시즌 연봉 총액 180만 달러를 줬던 에레디아와 50만 달러 낮춘 130만 달러에 계약하며 지출도 줄일 수 있었다.
SSG의 에레디아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다. 구단은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있어 기량과 팀 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다양하게 검토한 끝에 KBO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화이트, 에레디아와 동행을 이어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에레디아는 수비 능력 또한 뛰어나다. 좌익수로서 KBO 수비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 2023년 신설된 KBO 수비상을 3년 연속 수상한 건 에레디아가 유일하다.
SSG는 "수비에서도 강한 송구 능력과 넓은 수비 범위를 바탕으로 리그 정상급 외야 수비를 펼쳤다. 최근 3년 연속 좌익수 부문 수비상을 수상하는 등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와 센스로 공·수·주 전반에서 팀 전력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에레디아 또한 올 시즌엔 아쉬움이 있었다. 시즌 초반 불의의 부상으로 한 달 넘게 이탈했고 시즌 막판엔 출산 휴가까지 다녀오며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내년엔 다를 것이라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에레디아는 "SSG와 함께 시즌을 맞이할 수 있어 기쁘다. 지난 3년 동안 동료들은 물론 한국 팬들의 사랑을 느끼며 한국 생활을 이어왔다"며 "지난해에는 개인적으로 부상 때문에 내 퍼포먼스를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몸 관리를 잘해서 2026시즌에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밝혔다.
김재환은 수비력에 강점이 있는 타자는 아니다. 그러나 정상급 수비 능력을 갖춘 최지훈과 에레디아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명타자에만 국한되지 않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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