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레전드이자 일일 강사로 나선 이대호(44)가 아기 독수리들의 적극적인 질문 세례에 활짝 웃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4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2026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2026시즌 KBO 리그에 첫발을 내디딜 10개 구단 소속 신인 선수와 육성 선수 등 총 140명이 참가해 전반적인 소양 교육을 들었다.
4명의 강사가 초청된 가운데 이대호가 첫 순서를 맡은 오전 강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시작부터 열띤 분위기는 아니었다. 신인들은 신인드래프트 후 첫 공식 석상에서 대선배 이대호를 만난 것이 부담됐는지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이대호는 강의 시작에 앞서 "잘 지키면 롱런할 수 있는 노하우를 이야기하고 싶어 왔다. 혼내려고 온 것이 아니니 편안하게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신인에게 필요한 자세가 무엇일지 묻는 이대호의 말에 다들 눈치만 봤다. "너무 대답을 안 하면 강의를 진행할 수 없는데"라며 난처한 기색을 드러낸 이대호는 신인들이 굳은 모습을 활용해 말을 이어 나갔다.
첫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대호는 시간에 대한 책임감을 이야기하면서 선수들을 지목해 답변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개인 유튜브를 통해 쌓은 경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한번 질문하면 이 정도까지 해줄 수 있다는 듯 짧은 질문에도 구체적인 답변을 했다. 이대호는 "시간을 잘 지키는 첫 번째는 지각을 안 하는 것이다. 요즘은 야구장에 5분, 10분 전에 나오는데 코치나 모든 사람이 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선수는 몇 분 먼저 나와서 훈련한다, 이 선수는 항상 시간에 맞춰 나온다는 식이다. 여러분은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140명 중 2명이 답하자) 대답이 너무 없다. 나머지 138명은 시간 딱 맞춰서 나온다는 뜻인가"라고 끊임없이 참여를 요구했다. 또 "신인은 남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먼저 준비해야 한다. 아직 신인이기에 항상 먼저 움직이는 선수가 되길 부탁한다"라고 당부했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고 체계적으로 움직이길 바랐다. 그리고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말할 수 있길 바랐다. 이대호는 목표와 노력을 묻는 말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자, "대답이 너무 없다. 이러면 안 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프로에 가면 많은 팬, 코치와 대화해야 한다. 대화를 많이 해야 내가 부족한 부분을 말하고 답을 듣는다. 이렇게 듣고만 있고 소심해지면 안 된다. 특히 2만 관중, 국가대표 가면 5만 관중 앞에서 야구해야 하는데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 차례 분발을 요구한 끝에 마침내 얼어있던 신인 선수들도 봇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한화 이글스 신인들의 참여가 돋보였다. 그중에서도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외야수 오재원(19)은 시즌 중 몸 관리와 컨디션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이대호에게 물었다.
이에 이대호는 "난 항상 144경기 다 뛰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 루틴을 만들었다. 늦게 자더라도 밤 11시에는 잤고, 오전 10시에 일어나 사우나에서 잤다. 온탕과 냉탕을 왕복해서 3번씩 가서 몸을 유연하게 했다. 이후 점심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러 나갔다. 낮 경기를 하든 얼마나 피곤했든 야구장 나오기 전에 사우나를 가는 게 내 루틴이었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이대호는 "충분히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면 다치기 좋다. 또 급하게 기술 훈련을 하면 근육이 뭉치기 쉬워 항상 몸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게 내가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비법을 전수했다. 한화 신인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대호는 "한화가 질문이 많네"라며 상세한 답변을 내놨다. 그 결과 예정된 시간보다 약 10분 정도 Q&A가 길어졌다.
강연을 마치고 나온 이대호는 현장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내가 신인 때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다 질문했던 것 같다. 내가 많이 선배다 보니 분위기가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나는 조금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었다. 이렇게 나만 이야기하면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성향 차이인 거 같다. 요즘 선수들은 학교에서 수업해도 질문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야구에 집중하느라 대화를 안 해봤을 것이다. 그래도 시간이 많아지다 보면 질문이 많아질 것이다"라고 이해했다.
길어진 Q&A 시간도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한 대선배의 마음이었다. 이대호는 "Q&A를 조금 길게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그런 게 신인들에게도 남는 것이다. 나도 대학이나 기업에서 강의한 적은 있는데 후배들에게 이런 곳에서 말하는 건 처음 같다. 그래도 오늘 내 이야기를 듣고 몇 명이 생각을 바꿔서 좋은 쪽으로 흘러간다면 우리 야구 발전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자리에 왔다"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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