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친숙한 데이비드 뷰캐넌(37)이 대만 프로야구(CPBL) 무대에서 뜻밖의 '미아' 위기에 처했다. 영입을 희망하던 구단 감독의 성급한 실언이 '사전 접촉(탬퍼링)' 논란으로 번지면서, 차기 시즌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만 야구를 주로 다루는 CPBL 스탯츠는 16일 "푸방 가디언스 조이스 첸 단장이 외국인 선수 계약 제도 변경안을 제출하려고 한다. CPBL 구단들이 사전 접촉 금지 기간을 종전 다음해 2월 28일에서 당해년도 12월 31일로 당기는 방안이다. 이 사항은 CPBL 단장 회의에서 6구단의 과반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일 진행된 타이강 호크스의 스프링캠프 미디어데이에서 나왔다. 대만 ET투데이 등 복수 매체들에 따르면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타이강의 홍이중(65) 감독은 2026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에 대해 설명하던 중 "뷰캐넌을 영입했다"라고 언급하고 말았다. 영입 발표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명백한 실언이었다.
뷰캐넌을 향한 단순한 영입 희망 의사로 치부하기엔 발언의 수위가 높았다. 대만 현지 언론들은 즉각 이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이는 곧바로 '사전 접촉' 논란으로 번졌다. CPBL 규정상 전년도 소속 구단인 푸방 가디언스가 2월 28일까지 뷰캐넌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정에 따르면 이 기간 내에 타 구단은 선수와 직접 접촉하거나 계약을 논의할 수 없다.
논란이 커지자 타이강 구단은 "감독과 구단의 소통 오류였다"며 "뷰캐넌은 영입 리스트에 있는 선수일 뿐 아직 접촉조차 하지 않았다"며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푸방 가디언스의 입장이 냉담하다.
푸방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리그 근간을 흔드는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푸방은 2026시즌에 대한 뷰캐넌에 대한 재계약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지만, 타이강 호크스로 향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심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리그 규정상으로 푸방이 2월 28일까지 뷰캐넌에 대한 협상 우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뷰캐넌은 '낙동강 오리알'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CPBL 6개 구단은 1월 중으로 스프링캠프 일정을 시작하며 2026시즌에 대한 준비를 개시한다. 결국 뷰캐넌이 이 기간 몸을 만들지 못할 경우 어느 팀과 계약하더라도 출발이 늦어지게 된다.
지난해 5월 시즌 도중 푸방과 계약한 뷰캐넌은 2025시즌 CPBL에 데뷔해 푸방 소속으로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4패 평균자책점 1.95의 나쁘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승리는 1차례밖에 불과하지만,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이 1.27의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기 때문에 다소 불운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수치다. 하지만 부상은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뷰캐넌을 무조건 눌러 앉히겠다는 의도는 비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푸방 단장은 이렇게 된 마당에 외국인 제도 개선안까지 제안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해당 안건이 단장 회의를 통과해 소급 적용되거나 혹은 현재의 '조항'이 엄격히 고수될 경우 가장 난처해지는 것은 뷰캐넌이다. 훈련 시설 이용이나 연습 경기 출전 등 시즌 준비를 위한 모든 과정이 소속팀의 권한 아래 묶여 있기 때문이다. 푸방과의 관계 회복 없이는 타이강행은커녕 제3의 구단과의 협상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 시절 '팬 서비스의 왕'이자 마운드 위의 투사로 불리며 한국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뷰캐넌. 하지만 현재 대만에서의 그는 성적과는 무관한 '행정적 미아'가 될 위기에 놓였다. 감독의 성급한 한마디와 원소속팀의 원칙론 사이에서 뷰캐넌이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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