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해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와 함께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 공개됐다.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선수이자 국가대표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와 존중을 외면받아왔다면서 '경기 보이콧' 경고까지 덧붙였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공개한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처우 개선 촉구 성명서에 따르면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일정하지 않은 소집 장소와 열악한 숙소 등 국가대표 선수로서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집중력과 컨디션 유지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여자축구 선수들은 성명서에서 "여자 대표팀은 매번 일반 관광버스를 배정받아 장거리 이동 피로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선수 보호를 고려한 교통편이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라며 "전용 훈련 시설도 없어 남자 대표팀 일정이 없는 경우에 잔여 훈련장을 쓴다"고도 덧붙였다.
해외 이동 시 남자 대표팀 선수들과 달리 대부분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선수들의 지속적인 요청 끝에 해외파 선수 일부에게 제한적으로 비즈니스 클래스가 제공됐지만, 이는 매번 내부 논란의 대상이 됐다"며 "해외파 선수들은 공항 이동에 필요한 비용조차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수의 건강과 안전, 경기력의 향상, 나아가 국가대표로서의 기본적인 존중과 권리에 대한 문제"라며 "국가대표 선수들이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건 선택이 아닌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훈련복이나 유니폼 등 기본 장비조차 충분히 지급받지 못하고, 지급된 장비도 다시 회수되는 점,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팬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결정되는 경기장 시간대나 장소 등에 대해서도 선수들의 육체적·정신적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합리적인 교통편·숙소·이동 환경 즉시 제공 ▲전용 훈련시설 확보, 훈련 및 소집 환경의 근본적 개선 약속 ▲훈련복, 유니폼 등 경기와 훈련에 필요한 기본 장비 제공 ▲선수 보호와 팬 접근성을 기준으로 한 경기 일정 및 장소 운영 ▲여자 대표팀 처우 개선을 위한 협의체 구성 및 실질적인 대화의 장 마련을 대한축구협회에 요구했다.
지난해 9월 이같은 성명서를 발표한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10월 17일까지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기한까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성명서에 연서한 선수들은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과 관련한 모든 훈련 참가를 중단하며, 공식적인 경기 보이콧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성명서 전문을 공개한 프로축구선수협회는 "선수들이 문제로 제기한 건 (비행기) 좌석의 등급 자체가 아니"라면서 "장시간 비행에 영향을 많이 받는 무릎 부상 등 심각한 부상 상태의 선수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데도 (여자 대표팀) 비행기 좌석은 이코노미 탑승이 원칙이었다. 실제 몸이 성치 않은 선수가 개인 비용으로라도 좌석 업그레이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표팀 선수들의 수당은 하루 일당 10만원 수준이고 별도 경기 수당은 없다. 부상 시 치료와 재활 역시 하루 한도가 정해져 있어 추가 비용은 선수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며 "심지어 남자 유소년 축구 국가대표팀이 사용했던 의류를 재사용하거나, 원정 경기 후 지급된 물품 반납을 위해 공항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던 경우도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여자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보이콧'까지 예고한 가운데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선수협회를 통해 공식 회신을 통해 현실적인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서도 소통을 통해 지원 환경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회신 이후엔 추가적인 공식 대화나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선수협회 주장이다. 여자 축구 대표팀은 성명서 발표 두 달 뒤인 11월 유럽 원정길에 올랐는데, 당시에도 이코노미석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훈기 선수협회 사무총장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바라는 것은 축구협회와 대립이 아니라, 현실을 공유하고 함께 해법을 찾아가는 실질적인 대화였다"며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또 운동선수로서 최소한 보장돼야 할 환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차분하게 논의하고, 단계적인 개선 방안을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선수협과 선수들은 언제든지 이러한 논의를 위한 공식적인 대화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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